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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삶의 향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통일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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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이만열)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요즘 한국 사람들 사이엔 ‘통일 대박’이 대단한 화두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그런 큰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론 한반도의 통일은 전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의미에서, 국제사회와 청소년들의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성공적 통일을 이루려면 국내와 해외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남북 통일에 대한 시각부터 다시 정립했으면 한다. 남북 통일은 한반도라는 범주를 넘어 세계의 미래와 국제 지정학적으로도 엄청난 혁신이다. 물론 북한에 많이 매장돼 있는 석탄·희토류 등의 지하자원처럼 통일이 되면 손에 쥐는 분명한 이득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자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에 반드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할 수 없다.

 고도로 훈련되고 값싼 북한의 노동력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생각하면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이 또한 잠정적인 추정일 뿐이다.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통일 한국의 노동 임금이 하향 평준화될 공산이 크다. 값싼 북한 노동력이 통일 한국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할 것이란 예측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정치적 판단 오류가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위에서 열거한 장점들은 한반도 통일을 향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은 지난 세기 우리가 한번도 목격해본 적이 없는 대규모 실험이라는 데 있다. 새롭게 국가를 건설하고 엄청난 혁신이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독일 통일과 비교할 때 한반도 통일의 조건이 훨씬 열악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거꾸로 한반도 통일이 야기할 변화의 깊이가 독일 통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대할 것임을 의미한다.

 통일이 되면 남한 정부가 극도로 가난한 북한의 수백만 주민들의 생활을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통일이라는 도전에 임하는 올바른 응전 태세가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인스티튜트 세미나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인 존 페퍼(John Feffer)는 이렇게 강조했다. “한반도 통일은 부국(富國)과 저개발 국가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만약 통일 한국이 문화와 사회 영역에서의 개혁을 통해 성공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이것은 전 세계를 위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극단적인 임금 격차가 비극적인 역사적 환경에 의해 오로지 한반도에서만 일어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다. 세계 도처에서 이러한 극단적인 빈부격차 현상을 목격할 수 있으며, 그 정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들 간의 괴리,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의 분리가 전 세계 미래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디자인에 천재성과 열정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는 한국인들이 그런 노하우를 되살려 남북이라는 이질적인 두 사회의 통합에 적용할 수 없을까. 그래서 새로운 문명 창조라는 시각에서 전 세계에 영감을 주는 역동적인 통일 한국을 만들어 나갈 수는 없을까.

 ‘통일 대박’이 단지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 한국이 전 세계에 모범이 될 최고의 국가 경영·행정 기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이 독일 통일과 한국 통일의 차이점을 주로 사상적·경제적 관점에서 서술해 왔다. 하지만 나는 정작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기술의 변화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어지러운 속도로 발전해 왔고, 정보 처리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통치 체제들이 삐걱대거나 허물어지고 있다.

 이쯤에서 통일 한국이 역사상 어떤 정부도 해 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통치 체계로 수많은 도전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단기적인 통일 비용(주로 돈)에 과도하게 시선을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국가 경영이라는 좀 더 본질적인 측면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1215년 입헌 정부를 만들어 낸 영국의 전설적인 마그나 카르타(大憲章)처럼 통일 한국 또한 고도로 혁신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노령화 사회·민주주의 침해와 같은 광범위한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개혁을 이뤄내고, 그 성과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지나친 이상주의라 탓할지 몰라도, 나는 통일 한국이 긴 안목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역사적인 관점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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