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가 된 연탄 값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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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시 서민연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연탄은 이제 값 인상이 연례행사처럼 돼버렸다.
상공부는 성수기인 겨울철을 넘겨 값 인상을 허용했고 증산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서민생활의 부담측면에서 본다면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73년 10월의 기름파동이후 기름과 석탄간의 가격차를 좁히고 국내 부존 연료인 석탄의 생산 극대화를 위해 작년 4월 무려 51·3%(4급 탄 기준)에 이르는 대폭적인 인상을 단행한지 꼭 1년만에 다시 25·5%라는 비교적 높은 율의 인상을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석탄 값 인상으로 연탄의 가정도 값은 16·7%(서울)가 올랐지만 실질적으로는 작년 3월까지 만해도 한 개에 20원 정도이던 것이 이젠 35원으로 1년만에 75%나 급상승했다.
어느 때건 가격인상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석탄 값 인상도 작년 4월 3일에 인상을 단행한 이후 ▲노임 상승 55% ▲기름 값 60% ▲전기요금 48% ▲철도운임 45% ▲철도 하역비 35% ▲해상 하역비 25% ▲화약 12·5% ▲기타부자재 값의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졌다는데 근거를 두고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가상승을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을 경우, 석탄 생산에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수기를 택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석탄의 원가 구성이 작년 말 현재 인건비 51%, 재료비 23%, 전력·감가상각 등 경비 26%라는 점에 미루어 광부에 대한 처우개선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광부들의 노임은 석공을 기준 할 때 채탄 직접부가 월 평균 6만 6천 7백 70원, 갱내 지원부가 5만 5천 2백 91원, 갱외 지원부가 5만 2천 8백 6원이라는 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전기 값이나 기름 값, 화약 값이 안 오르더라도 내년에 또다시 탄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게 돼있다.
말하자면 전반적인 물가의 급상승이 노임 인상의 압력으로 나타나고 노임 인상이 탄의 인상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한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값쌌던 석탄에만 의존, 석탄의 생산기반 확충을 외면해왔고 광부들의 처우를 너무 등한히 해 온 것이 오늘날의 석탄 값 연례인상을 가져온 근본 원인인 것이다.
60년대 초기만 해도 석탄은 「검은 금」으로 군림했었다.
그러던 것이 60년대 중반 이후의 연료 근대화란 명분으로 기름사용을 권장하는 바람에 「검은 흙」으로 전락했었고 그 결과가 오늘에 와서는 유류 고가격하의 탄가 거듭 인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고가의 유류를 부분적으로나마 대체할 수 있는 국산연료를 찾다보니 탄가 인상을 통한 생산확대로 정책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처럼 「비전」없는 연료정책의 빈번한 수정 때문에 국내부존 연료마저 값싸게 생산 할 수 있는 길을 잃게 했던 것이고 기름 값 폭등이후에 빚어지는 석탄 값의 빈번한 인상으로 국민생활은 시달림 받고있는 것이다.
다행히 비 가정용 탄은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과거보다 적다고 하지만 정부의 공식계산으로도 이번 석탄 값 인상이 도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0·87%,연탄 값 인상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56%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연탄은 도시서민들의 기본연료라는 점에서 부담은 도매나 소비자 물가상승 효과의 몇 배가 될 것이고 단 「인플레」에 대한 감각을 가 일층 촉발시킴으로써 그 부작용은 물가지수상의 파급 이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만 해도 이번 연탄 값 인상으로 하루에 6백 50만개의 연탄을 소비하는 것을 기준 할 때 연간 약 4억 원의 추가부담을 안게됐다.
그런데다 상공부는 석탄생산기반을 보강하기 위해 오히려 탄가를 매년 「인플레」율에 따라 자동 조정하는 제도를 장기「에너지」정책 속에 검토, 시행과제로 넣고있다.
석탄의 증산은 단순히 가격보장 만으로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가격을 높이더라도 증산의욕을 돋울 수는 있을지 모르나 증산의 한계는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을 주무기로 한 증산에만 역점을 두어 증산의 이면에 따라오는 소비자의 부담만을 가중시키지 말고 보다 효과적인 증산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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