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달러」 추세가 번진다|배경과 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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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국제 통화 정세와 관련, 「달러」의 지위가 눈에 띄게 격하하고 있다. 탈 「달러」의 경향이 가속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이며 전망은 어떤가를 외지 보도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단기적으로 보면 미 「달러」 시세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만 장기적 추세에서 보면 확실히 내림세에 있다. 71년 「닉슨·쇼크」이래 72년12월의 「스미소니언」합의, 73년2월의 「달러」 평가 절하 등 「달러」화는 계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석유 「쇼크」가 가속시킨 세계 경제의 질서 재편 과정에서도 「달러」는 상대적인 약세 속에 있다. 이른바 세번째의 「달러」 절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의 약세는 구조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달러」의 약세는 석유 위기에 의한 거액의 과잉 「달러」발생에 근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석유가 폭등으로 인한 국제 유동성의 부족은 「달러」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의 국제 통화 체제가 관리 유동제이지만 실질적으론 「달러」 체제라 볼 수 있다. 석유 대전의 대부분은 여전히 「달러」로 지불되고 있어 석유 적자는 소비국의 「달러」 불황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달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석유 적자라는 「달러」 부족을 메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달러」 부족의 해소는 미국의 「달러」 차관으로 가능하다. 때문에 74년 중 미국은 대외 대부의 급증 등에 의하여 유동성 「베이스」로 1백81억 「달러」라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자본 적자는 경상 수지에서 흑자가 나면 어느 정도 「커버」되지만 미국의 경상 수지도 역시 적자다.
결국 「달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달러」의 과잉 공급은 미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최근 들어 「엥」화·「마르크」화 등의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러한 「달러」 체제와 석유 「쇼크」의 구조적인 관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작년 1년 동안에 세계의 외화 준비는 약 3백50억「달러」가 늘었다. 이중 3백억 「달러」가 산유국의 분이지만 소비국도 선진국이 20억 「달러」, 개발도상국이 10억 「달러」가 늘었다.
결국 석유가 폭등은 「달러」 부족은커녕 여전한 「달러」 과잉을 빚은 것이다.
「달러」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달러」화의 약세는 탈 「달러」의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산유국에선 「달러」화의 가치 저락에 의한 석유 수입의 실질 감소를 막기 위해 석유 판매 계약을 「달러」 기준에서 SDR (특별 인출권) 기준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만약 「달러」화의 시세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SDR 기준 요구는 한결 높아질 것이고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어떤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통화의 「달러·링크」를 SDR 「링크」로 바꾸었다.
이러한 「이란」과 「사우디」의 「달러」화 결별은 다른 산유국을 자극할 전망이 충분히 있다.
전통적인 「달러」국인 중남미 제국에서도 탈「달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석유 가격의 기준 변경은 국제적인 가격 기준이라는 「달러」의 국제 통화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다른 주요 통화가 결제 통화로서 부상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전후 30년 동안 기축 통화 역할을 해온 「달러」화가 단 시일 안에 다른 통화와 똑같이 격하되지는 않겠지만 「달러」기능의 퇴색과 이에 따른 탈 「달러」의 경향은 역사적 인 추세인 것 같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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