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식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에서 식생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일반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세워져야 할 것 같다. 「인플레」에 따라 「엥겔」 계수가 자꾸만 올라가고 있는 오늘의 실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양 이론이나 거창한 「캠페인」보다는 일상 생활 속에서 무리 없이 영양을 골고루 제공하는 조촐한 식단의 작성, 실천 운동 같은 것 말이다. 물론 경제성이나 맛을 살리는 조리 방법 등을 충분히 감안한 것이어야 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식생활 합리화에 있어서 우리 나라 자체의 형편에 따른 문젯점들이 있긴 하다. 백미주식에 의존하는 오랜 습관은 단시일에 뜯어고칠 수 없는 식생활 개선의 큰 장애도 지적되고 있다. 인종적 차이와 오랜 관습에 따른 식생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 우리 나라 사람의 위의 부피가 구미인에 비해 평균 0·5ℓ가 크고 창자도 구미인의 6m에 비해 1m가 긴 7m라는 설도 있다.
생리적으로 그만큼 많이 먹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식생활을 한다고 영양만을 고려, 식성에 맞지도 않고 돈만 드는 음식이 대중의 호응을 불러일으킬 리는 만무하다. 아무리 「캠페인」을 벌여도 일반 서민들이 식생활 개선이나 식단의 얘기에 거리를 느끼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약 1세기 전부터 영양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영양 섭취 역할로서의 식사가 더욱 중요시되고 과학적인 식생활 개선 방법이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맛이 있거나 푸짐한 육식이 반드시 영양이 되는 것은 아니며, 같은 영양 물질이라도 어떻게 균형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단백질·지방질·탄수화물·「비타민」과 「미네랄」등 5대 기본 영양소 중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영양 상태가 깨어지고 체력의 기초가 허물어져 버린다.
또 식품에는 산성 식품과 「알칼리」 식품이 있어 체액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알칼리」성 식품의 선택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영양학적인 면에서의 식품 선택이 식생활 개선의 기본 여건임은 물론이다. 육류보다 곡류에 치우친 우리 나라의 식사는 특히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구하기 힘든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콩 (두) 식품과 같은 단백질원의 개발과 보급도 시급하다. 그리고 이들 영양 식품을 골고루 안배시킨 구체적인 식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식단의 대상 식품은 맛도 있고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계절이나 달 또는 주단위로 표를 만들어 계절에 따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식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식단의 마련은 우선 가정 단위로 시행하는 것도 좋지만 여성 단체나 학계에서 앞장서 보급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좋을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