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시스의 임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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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옛날 영어 책을 보면『「크로수스」만큼이나 돈이 많다』는 표현이 가끔 나온다.
「크로수스」(Croesus)란 기원전 6세기에 있던「리디아」의 왕으로 노다지 사금으로 세상을 주름잡았었다.
현대에 이르러는「록펠러」니,「파이잘」왕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모두가 금권만능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꿈의 상징이다.
그러나 모든 남성의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로는「오나시스」를 따를 사람이 없다. 그래서『「오나시스」같은 사나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돈 많고 60이 넘도록 정력에 넘치고, 마음대로 여자를 다루고…. 남성의 꿈으로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오나시스」가 결국 죽었다. 향년 69세. 바로 몇 해 전 만해도 20대의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던 그였다.
그는 일종의 풍운아였다. 맨주먹으로 시작하여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박 왕이 된 그는 분명 범인과는 다르다.
어느 의미에서는 그만큼 속물근성에 철저했던 사람도 드물다. 세상에는 그 보다도 더 돈 많은 사람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오나시스」만큼 부의 진열 실처럼 살아간 사람도 드물다.
그의 화려했던 여인편력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제1의「소프라노」라던「칼라스」와의 염문도,「재클린·케네디」와의 결혼도, 모두 부로 귀를 사는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은 무사시귀인 인가보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겉치레를 해도 결국은 자기 혼자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자가 속에서 귀중한 또 다른 자기를 찾아낼 때 비로소 인간은 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재클린」은「오나시스」의 임종의 자리에도 없었다. 그 많은 가족들 중에도 그의 죽음을 정말로 서러워한 사람은 별로 없었는지도 모른다.
정만은 아무래도 돈으론 살 수 없다는 뜻이 될까. 아무리「오나시스」가 돈에 묻혀 살았다 해도 돈으로 정리를 살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처럼 뭇 남성의 선망 속에서 살아왔던「오나시스」에게 이제는 오히려 한 가닥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쓸리기도 한다.
돈은 때로 사람을 정에 어둡게 만든다.「오나시스」의 유족들의 경우에서 우리는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가 남긴 유산은 15억「달러」라고도 하고, 40억「달러」가 넘는다고도 한다. 그것을 유족들이 어떻게 나눠 가져도 모두가 거부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욕심은 욕심을 낳는 모양이다. 유족들은 벌써부터 유산상속의 추악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외신도 있다.
뭣 때문에「오나시스」는 지금까지 돈을 모아 왔고 뭣을 위해 그가 살아왔는지 그저 모든 게 허망한 것만 같다.
결국은 시역몽비역몽. 시도 꿈이요 비도 꿈. 인생이란 모든 것이 꿈처럼 끝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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