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가까워진 중·러 … 센카쿠 옆 합동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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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과 러시아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부근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하기로 했다. 노골적으로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한 이후 나온 첫 양국 협력조치다. 중·러가 동반자 관계를 넘어 동맹관계 구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민왕(人民網) 등 중국 언론은 25일 중국과 러시아가 오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동중국해 북부 해상과 상공에서 ‘중·러 해상연합-2014’ 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을 위해 최근 러시아 태평양함대 대표단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중국군 대표와 훈련계획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고 런민왕은 전했다. 양국 연합훈련이 센카쿠 열도가 위치한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동부군구 사령부 관계자는 “훈련은 유사시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해상통로 확보를 위해 미사일과 실탄을 발사하며 실전처럼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이번 훈련에 참석하는 양측 병력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무력분쟁이 있을 경우 러시아가 중국을 돕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일본은 물론 미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한국과 미국·일본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양국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대제만 해상에서 8일 동안 연합훈련을 했는데 양측에서 모두 18척의 수상함과 잠수함 1척 등이 참가해 무력을 과시했다. 당시에는 북방열도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이 충돌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를 돕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돼 일본이 반발했었다. 양국은 2003년부터 합동훈련을 시작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이미 지난 1월 지중해에서 합동훈련을 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중국 내에서 대테러 훈련인 ‘평화사명-2014’까지 예정돼 있어 최소한 세 번 이상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사실상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국 정상 간 교류 역시 동맹 수준이다. 시 주석의 소치 방문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답방은 5월 국빈방문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26일 전했다. 두 정상은 현재 전면적 전략적 협력관계인 양국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중국은 중·러 관계보다 아래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다. 지난해 3월 시 주석 취임 이후 양국 정상은 1년여 동안 여섯 차례나 만났는데 이는 양국 관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회담도 올 하반기 러시아에서 만나 양국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양국은 올해와 내년을 청소년 교류의 해로 정하고 수백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어서 전방위적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후쓰위안(胡思遠) 군사 전문가는 “이번 훈련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동맹에 근접하는 ‘군사 제휴(聯手)’ 단계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 강화에 대응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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