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임시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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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91회 임시국회가 11일 개회했다. 이번 국회를 국회법에 따라 수결원칙으로 운영하겠다는 여당의 입장과 민주회복을 위한 대여투쟁의 장소로 임하겠다는 야당의 태도가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어떤 정치문제든 원내에서 다룰 용의가 있다는 전제하에 정치문제의 원내집약과 유신 국회상의 새로운 정립을 다짐한 바 있다. 반면 신민당은 최근 경치문제로 부각된 고문 등 인권침해문제, 국민투표부정 및 언론 자유문제를 민주회복의 차원에서 제기할 생각인 듯 하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상반된 생각을 제기, 처리하기 위한 국회의 회기 및 일정과 의제란 기초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자칫하면 본격적인 국회 활동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일정과 의제를 에워싼 의견대립으로 국회가 파란에 빠질 우려는 상당히 크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가 국민이 바라는 바 아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민주주의국가에서 국회란 대화를 통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정치라도 실현하는 광장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화는 호 양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어느 한쪽 주장의 완승과 다른 편의 완패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과거 숱하게 봐 온 국회 운영의 파행은 이러한 호양적 대화의 결핍과 정치력의 빈곤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앞두고 국회를 법대로 운영하겠다고 새삼 강조하고 나섰다.
국회운영도, 정치도 법의 궤도를 일탈해선 안 된다는 말은 이론적인 면에서 잘못 일 수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법은 정치의「룰」이어야지 법을 위해 정치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법만을 강조해 정치가 계약된다면 국회의 기능이 발휘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국회운영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국회의장이 장악하다시피 한 현행 국회법 하에서 이 권한만을 최대한 행사하겠다는 의미의『법대로 운영』이 될 경우 소수 야당이 설 자리가 남을지 의심스럽다.
다수결이라든가 의장의 권한은 최종 결정 단계에서 행사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는 호양적 자세를 특히 여당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야당 일각에서는 때로 국회까지도 극한적인 투쟁장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에 흐르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물론 국회에서 어떤 정치목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극한투쟁만이 야당 의원들에게 지워진 책무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국리민복을 위해 참여하고 소수 의견을 대표하는 긍정적 면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전부 아니면, 무라는 식의 투쟁→유도만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예산심의나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부담을 줄이는 자세 또한 아쉬운 것이다.
여당 단독소집이 바람직하지는 못한 것이었지만 일단 국회가 열린 이상 이 국회에서 모든 정치문제를 논의해야 마땅하다. 여당도 국회를 소집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거리의 정치』를 원내로 집약 여과하겠다는 것이라면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떳떳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오히려 정치를 집약하기 위한 국회에서 야당을 또다시 거리로 내모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여-야는 모두 호 양의 대화로 국회 안에서 현 시국의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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