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대결 재연한 한국기원 분규…각종기전 진행도「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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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매년 3월초에「스타트」하던 중앙일보 주최 왕위전을 비롯, 각종 공식「타이틀」전이 한국기원과 소속기사들간의 불협화음으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작년 1l월 5일『연구수당 1백% 인상』·『퇴직금제도마련』등 요구조건을 내걸고 한국기원을 탈퇴, 대한 기사 회를 창립했던 48명의 기사(기사총수 66명)들이 탈퇴 45일 만인 12월20일 복귀하면서 한국기원 분규는 일단 수습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었다.
그러나 대치 기사회 회장이었던 김인 7단에게 기사들의 요구조건 1백%이행을 약속, 탈퇴 기사를 복귀토록 했던 최영근 이사장이 2개월이 넘도록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지난 1일 기사들이 최 이사장 이하 한국기원 전 이사의 총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 반응이 없자 일부기사들이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이게까지 된 것이다.
양측이 한치도 양보 않고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최 이사장과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기사 직 사퇴 서를 제출한 김인 7단의 향 배와 기사들이 주장하는 바 한국기원 운영에 있어서의 공공연한 부정에 대한 사실 여부이다. 김 7단의 경우 대한 기사 회 회장의 자격으로 최 이사장과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데 대해 동료기사들에게 사죄하는 뜻으로 사퇴 서를 제출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왕위」「백남 배」등 2개의 큰「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기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또 기사들의 진정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한국기원의 경리부정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만약 다소간의 부정이 드러난다 해도 그것이 기사들이 요구하는 현 이사진 총 사퇴의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점으로 남는다.
문제는 최 이사장이 구두로 기사들의 요구조건 1백% 이행을 약속했다해서 아무런 보장 없이 한국기원에 복귀한 기사들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바둑이「팬」이 있음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라면 기사들의 어떠한 행동이「팬」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인지도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기원 측이 현 상태를 고집하는 한 기사들도 외부적인 작용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겠지만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됨으로써 기사들의 행동통일이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 기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 같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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