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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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월에 이어 2월에도 수출실적이나 신용장 내도액이 함께 저조해서 올해 수출목표달성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IMF협의단도 한국의 수출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7%의 성장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한편, 수출촉진·수입억제를 권고했을 정도다.
수출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면 불가불 외환수급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제2, 제3선의 준비가 있어야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남 기획이 5일의 기자회견에서 비록 수출목표가 달성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제2, 제3의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을 것이다.
여기 남 기획이 비장하고 있는 제2, 제3의 대응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역시 단기상의 도입확대와 수입의 대폭적인 억제라는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원래 경제적인 애로는 그것이 일단 형성되고 나면 쉽사리 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례적인 현상이 국제 경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한 우리의 노력으로 애로를 풀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수출목표의 달성이 어렵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경우 국제수지대책은 외채의 비례적인 추가요인으로 적자를 메우는 방법을 쓰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수입을 그에 비례해서 줄이는 길 밖에 없다.
전자는 부채의 자기축적이라는 모순 때문에 부가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단기시책이라는 결함이 있다.
이에 반하여 후자는 생산시설의 유휴화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자본의 과소 이용과 실업률의 증가, 그리고 국민적인 내핍의 강화를 불가피 하게 한다.
어느 경우를 선택하든 그 후유증은 적지 않을 것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전자보다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후자를 선택키 위해서는 정책과 국민이 호흡을 같이할 수 있어야한다.
즉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만 난관에 대한 국민적 대응이 가능한 것이며, 때문에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난국타개에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편 경제적 난국이 쉽사리 풀리기 어려운 것이 확실하다면 국민, 특히 여유 있는 상 소득 층부터 스스로 난국타개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근자 외환사정이나 재정적자 경향을 염려해서 부동산투기에 가담하고 금·증권·암「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층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상대적 고소득층이요, 고도성장의 과실을 가장 많이 수기한 금융 저축자들이다. 이들이 사리에 급급한 나머지 경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일은 결국 규제를 자초하고야 말것임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정책의 신뢰도향상과 상대적 부유층의 자성만이 난국의 여파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기본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조건하에서만 국민적 내핍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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