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실질 배당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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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74년도의 기업수지는 사상최고의 경기라던 73년 보다 나아져 배당률도 대부분 73년 실적 보다 좋아졌다.
93개 상장법인 중 배당률이 73년보다 나아진 법인 수는 35개인데 반해 나빠진 법인은 19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상장법인의 경우 20%수준만이 전년보다 기업수지가 나빠진 반면80%는 전년수준을 유지했거나 그보다 좋아졌다는 뜻이 된다.
상장법인의 수지호전이 전체기업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플레」기의 전형적인 현상이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중요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상장법인은 이 나라 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전형이라 하겠으며 이들 대기업은 경기에 불구하고 기업수지를 유지하거나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 해야한다.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독점기업이 아니면 과점기업들이며 이들은 가격관리를 통해서 경기와 관계없이 이윤을 확보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불경기 때문에 오는 물량적 정체를 가격인상으로 보상하고도 남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인플레」요인만을 반영해서 가격을 인상한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덤을 얹어서 이윤율을 개선한 결과인 것이다. 주요 생필품이나 물가 상승률에 기여하는 비중이 큰 상품에 대해서 엄격히 가격을 통제했음에도 그러한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물가 압력 때문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윤율의 향상을 위해서 편승적인 가격인상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격통제의 논리가 대기업제품에는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가격의 편승인상으로 이윤율을 호전시킨 상장법인들은 임금조정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제품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임금 및 금리비용 부담률이 낮아지는 것에 만족한다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득을 기업주가 독점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사회적인 격차확대와 평등의 누적을 자초함으로써 기업환경을 악화시키는 모순이 있다. 기업환경의 악화는 이 시점에서 백해무익할진댄 이윤율의 향상보다는 분배의 공평화에 더욱 배려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대기업을 대표하는 복장법인의 기업수지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모든 기업의 수지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책당국은 산업정책을 가일층 구조적으로 전개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불황과 「인플레」가 병행되었던 74년의 경기경향으로 보아 대기업수지가 크게 호전된 만큼 중소기업이나 서업소득자들의 수지상태는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경기가 호전될 때에는 대기업에서부터 파급되는 반면 불경기의 여파는 중소기업·서업소득자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이므로 경기가 후퇴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정책이 각별히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작년의 불경기 속에서 도산과 가동률 인하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부분도 이들임을 상기할 때 평면적인 산업대책이나 실업대책만으로는 불황의 여파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없다. 차입능력과 자기 금융력이 강한 대기업에 오히려 집중적으로 금융지원을 한 74년의 정책을 또다시 되풀이해서 되겠는가.
「인플레」기에는 공정한 질서가 교란됨으로써 분배의 불공평·조세부담의 불공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확대는 물론, 부의 사회적인 이전이라는 모순이 심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때 정책은 「인플레」의 억제와 동시에 그 모순의 상쇄를 위한 치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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