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OPEC(석유수출국기구)와해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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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취리히」에서「키신저」와 회담한「말레비」「이란」국왕은 앞으로 또 다른 석유금수에 「이란」이 가담하지 않을 것을 공언함으로써 성급한 서방 관측통들은 이들 산유국「카르텔」의 와해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아랍」의 급진파「가다피」로부터『「아랍」 세계의 적』으로 지목 받고 있는「이란」의「취리히」선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오던 터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붕괴를 위해 가장 애를 쓰고 있는 미국으로서는「이란」의 이번 보장이 상당한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선진 공업국,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OPEC 붕괴작전은 생산「카르텔」에 대응하는 소비 국「카르텔」구축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OPEC의 반발을 우려하여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소비 국 회의를 굳이 미국이 고집하고 있음은 대체「에너지」개발여력이나 OPEC의 의존도가 상이하다는 이해의 상반이 잠재되어 있다.
「키신저」의「파리」방문으로 이 같은 소비 국간의 이견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프랑스」주도의 산유국·소비 국·개도국 회의에 미국이 참석하는 방향으로 약간의 진전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직도 미국은 소비 국의 단합으로 OPEC의 와해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전망은 ①OPEC의 경제적 수명이 향후 3년뿐이며 주요 선진공업국들이 소비를 1%씩만 줄여도 80년대에는「배럴」당 5「달러」선으로 떨어질 것(「브루킹즈」연구소「리포트」)이라거나 ②OPEC의 외화준비가 1978년의 2천5백억「달러」를「피크」로 점차 감소할 것(「모건·개런티·트러스트」은행)이라는 등 다분히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견해들은 단기적으로 원유가격이 배증 하면 수요는 15%정도 떨어지며 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개발의 유인을 만든다는「오일·이코노미스트」들의 계산을 근거로 하고 있다.
IBRD(국제개발은행)도 비 공산 선진공업국의「에너지」수요 연평균 증가율은 현재의 5%에서 70년 후반기에는 3.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하나의 미국 측 낙관요인은 OPEC의 역내 사정.
이를테면 국내 공업개발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74년 중 OPEC회원국이 서방측으로부터 수입해 간 물자는 모두 5백억「달러」에 달해 전년 비 70%나 늘어났다. 이들 국가의 시급한 공업화 필요성은 OPEC의 급진파 이른바「다카르」파로 지칭되는「알제리」·「이라크」·「리비아」등의 강경 노선에 제동을 걸고 비둘기파인「사우디」·「이란」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키신저」의 무력개입불사론 이후 거의 공공연히 거론되는「OPEC붕괴작전」중에는 화란의「피터·오델」박사(「에라스무스」대 교수)의 그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서방 소비 국들이 자본여력이 있는 「쿠웨이트」·「사우디」·「리비아」의 석유매입을 늘리고 자본이 적고 인구가 많은「나이지리아」·「베네쉘라」·「알제리」·「이라크」·「인도네시아」등으로부터는 매입 량을 점차 줄여 가면 인구가 많은 후자의 경우 국내불안이 증대, 양자간의 이해상충으로 OPEC의 결속은 깨어지고 따라서 가격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측의 이 같은 일련의 낙관을 오는 3월의「에너지」회의를 겨냥한「캠페인」으로 간주하고 있는 산유국들은 지난 1월「알제」의 OPEC 각료회담에서 나타난 그들의 결속을 더욱 강화, 경제적 이해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종전의「노조」적 성격에서『정치적「카르텔」』로 발전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오는 3월 「알제」에서 열릴 OPEC 최초의 정상회담은 아마도 서방의 낙관에 대응하는 그들의 결연한 결속이 과시되는 첫 모임이 될 공산이 크다.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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