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이후의 좌경 우려한 미의 압력 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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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설>
「스페인」의 「아리아스」수상이 밝힌 점진적 민주화 및 정치자유화 정책은 지난 37년간 「스페인」을 통치해 온「프랑코」1인 독재체제의 종막을 앞두고「프랑코」 이후 시대에 예견되는 격렬한 민주세력의 등장에 대비한 수세적 조치로 보인다.
73년12월 「프랑코」의 후계자 「블랑코」 전 수상이 피살된 후 그의 뒤를 이은 「아리아스」는 「스페인」 국민들간에 자유를 갈망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음을 감안, 개혁 정책을 추진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30년이 넘은 독재체제의 타성에 젖은 「프랑코」정권의 개혁 정책은 지지부진했고 인접한 「포르투갈」이「쿠데타」로 좌파가 득세하여「스페인」에 자유화의 강한 태풍은 몰아쳤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스페인」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프랑코」통치가 퇴장할 경우 지금까지 1당 독재하에서 지하조직만으로 굳혀 온 재야세력이 합세하여 현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측에서 이에 쐐기를 박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다.
또 배후에서 미국이 「프랑크」이후에 「포르투갈」의 예처럼 좌경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우려, 현 정권에 대해 자유화 조치를 미리 취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스페인」에는 현재 과거「프랑코」 체제의 지주를 이루었던「팔랑헤」당 이외에는 모든 정당이 불법화 돼 있다.
그런데 「프랑코」의 나이가 금년 82세이고 국내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각종 반정부활동이 탄압 속에서도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어「프랑코」정권의 명맥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비록 지하에서 움직이기는 하지만「프랑코」이후를 내다보는 정치운동은 이미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좌파사회주의와 공산세력을 포함한 「민주동맹」과 기독교 민주세력·중도보수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회의」 및 비조직 상태의 강력한 잠재세력인「카톨릭」교계와 학생단체가 있다. 「프랑코」이후의 「스페인」정 정을 두고 세 가 비 방향의 가설이 있다.
첫째는 「환·카를로스」공이 집권하여 독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반정부세력이 득세하여 「카를로스」공이 이들과 동 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셋째「데모」등 반정부운동이 격렬 화되어 혁명적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
현 정부는 이중에서 제2와 제3의 가설이 실현되는 것을 막아 보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의 고전적 독재의 예가 된 「스페인」에서 오래 정치에서 소외되어 온 피해자들이 점진주의를 받아들일 공산은 극히 적다는 것을「포르투갈」전례가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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