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상봉 안타까운 사연 "여동생 선물에 '버럭'…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2014 설 계기 2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상봉단이 공동중식을 즐기고 있다. 2014.2.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 둘째 날인 24일 남북 이산가족들은 개별상봉과 단체 상봉 등을 통해 안타까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산가족 2차 상봉자들이 24일 2시간여 동안 비공개 개별상봉을 가졌지만 “벽에도 귀가 있고 천장에도 눈이 있다고들 한다”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안타깝게 했다. 또 북측 상봉단이 우리 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에 ‘역정’을 내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북한의 상봉 신청자 88명과 남쪽 가족 357명은 오후 4시 10분부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모여 단체 상봉 형식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남북 이산가족은 오전에 약 2시간 동안 금강산 호텔에서 가족단위로 모여 비공개 개별 상봉을 진행했고, 점심식사도 함께했다

개별상봉을 마치고 나온 남측의 한 가족은 “벽에도 귀가 있고 천장에도 눈이 있다고들 하는데 무슨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며 “북에서 하는 일은 뭔지, 다들 똑같이 입고 온 양복은 누가 맞춰준 건지 그런 걸 묻고 싶어도 물을 수가 있나”라고 한탄했다.

이 가족은 또 “그저 순 옛날 얘기, 친척 얘기나 하고 또 했지 뭐”라며 “또다시 볼 수도 없겠지만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몸 건강히 살아계신 거나 확인했으니 그만 됐고, 이젠 만나도 할 말도 들을 말도 없어”라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에 의해 의용군으로 끌려가 죽은 줄만 알았던 형 신덕균(86) 씨를 만난 남동생 신선균(83) 씨는 “형이 여태껏 제 나이도 모르고 산 모양이다. 81살로 돼 있는데 내가 83이거든. 그래서 내가 형님께 '형이 내 형이여? 아우여?' 하니까 세 살 아래 아우 맞다고 그러잖아”라며 씁쓸해했다.

오전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북측 오빠 전영의(84)씨를 만난 여동생 김경숙(81)씨는 미리 준비해 온 옷 선물을 하나하나 꺼내며 오빠에게 “살아계실 때 이것도 저것도 다 입어보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숙씨가 준비한 선물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영의씨는 돌연 “너희가 아무리 잘 산다고 해도 이게 뭐냐!”며 경숙씨를 야단쳤다.

경숙씨는 갑작스런 상황에 “우리가 오빠를 한 번만 만나보려고 기다려왔다”며 “우리가 가진 것 다 드려도 부족한데…”라며 끝내 오열했다.

1961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경숙씨는 7년 가량을 미국에서 체류하며 현지에서 결혼을 했다. 원래 전씨이던 경숙씨의 성(姓)도 미국식으로 남편의 성을 따라 김씨로 성으로 쓴다.

경숙씨는 개별상봉이 끝나고 오빠가 방에서 나간 뒤 취재진에 “오빠가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현실이, 우리가 헤어진 시간, 이 현실이 서럽고 비참하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