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 시약과 의료 기사|이삼열 (연세대의대 임상병리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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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병을 치료하려면 우선 진단이 붙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임상병리 검사가 불가결하다. 이런 학문을 전공하는 의사를 임상병리 전문의라고 부르며 그 기술적 실무자를 의료 기사라고 부른다고 이들은 국가 시험에 의하여 면허를 받고 의사의 감독 하에 그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들 기사들이 시약을 만들어 팔았다고 하여 말썽이 되었다고 물론 순수하여야할 기관의 기사들이 담당 의사의 감독도 없이 장사 속으로 기술을 제공하였다면 칭찬할 일은 못되나 한편 이것을 무슨 큰 범죄나 저지른 듯이 몰아대는 것은 너무 가혹한 듯하다.
값이 비싼 완제품을 외화를 써가며 수입하는 마당에 다소나마 국내 기술을 가미하여 싸게 공급하였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의료계에 공헌을 하면 하였지 해를 끼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검정 운운하는 시비가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 아직 그런 업무를 맡을 기관도 법도 없는 상태이다. 일본 제품은 검정도 없이 통관되어 판매되고 있는 형편에 우리 나라 기술자를 구속까지 하여야하는지 모르겠다. 성능의 평가는 실용자인 의료 기관에서 충분이 검토하여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
요는 관계 당국이나 보도 기관도 흥분이나 속단에 앞서 사계의 의견을 참작할 여유를 가져야할 것이며 행여 조언자의 진의를 곡필하여 선의의 협조에 피해로 보답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차제에 이들 시약의 국산화 계획에 당국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고 의료 기사들도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경솔한 행동은 삼가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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