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작가로서 행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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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꼭 20년전인 1954년 프랑솨즈· 사강 이란필명으로 광고 한줄 없이 출판되었던 불과 l백80여 페이지 의 짤막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은 1년이 지난 후 프랑스에서만 1백여만 부가매진 되었다. 18세의 소르본 여대생이 쓴 이 한권의 소설만큼 20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선풍적 인기를 모은 예는 없었다. 이제 사강도 어엿한 중견작가가 되어 꾸준히 작품활동을 계속해 『썼다면 매진되는』출판계의 신화를 창조했다.
70여개국 언어로 번역되마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내막은 무엇인가. 최근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답-1954∼1974년』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나는 슬픔이여 안녕 이후 문학적 스타 의 대열을 조용히 지나갔다. 젊어지기 위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피카소 는 말했지만 나의 경우 10여년이· 걸린 것 같다. 더우기 나에게는 제3세대라는 젊은이들을 대표한다고는 결코 느끼지 않았고 사르트르나 모리아크 도 그 시대의 인간을 대표한다 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 나이 또래의 한 소녀생활을 하기를 사랑했을 뿐』-.
1956년에 『어떤 미소』,또 1년 뒤에 『한달 후에, 1년 후에』등 연타를 친 그녀의 오늘은? 1번 이혼 후 두번째 남편과 아들 및 몇 마리의 개와 함께 단란하게 살고있다.
『운명, 이것은 말를로의 용어이나 나는 운명을 싫어한다. 명백히 나는 사르트르를 존경하는데 그는 운명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사고처럼 불시에 오는, 머리 위에 갑자기 떨어지는 조약돌 같은 행복과 생활을 사랑하는 방식으로서의 행복- 이 두개의 행복 중 후자의 행복 속에 산다는 그녀는 『수많은 남편들을 위한 한 명의 여성친구로 남겠다』고 해 주변에 상당한 남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기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는 쓴다 는 기쁨 속에 산다고 했다.
『쓴다는 것-그것은 한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고 자신에게도 말하는 이중의 기쁨이다.. 그것은 미지의 환상의 나라를 산보하는 것과 같다』는 그녀는 역시 앞으로도 『훌륭한 작 써보겠다』는 평범하고도 겸손한 야망을 피려(?)한다.
부르좌적 작가라고 자칭한 사강도 역시 한 여성임을 잘 보여준 이 책에 관해 『과연 그녀가 생활의 진정을 모두 술회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있다. 왜냐하면 『해답』은 그녀의 자서전이 아니라 지금까지 기탄들과의 인터뷰를 모아 재구성한 타만의 지하이기 때문이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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