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재 작품 일 문단서 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지난 17일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개천상 금년도 수상자로 결정된 「히노」씨(45)는 부인(성경희·43)이 한국인일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고 5·16직전까지 일본 신문의 한국 특파원을 지낸 매우 친한적인 작가이다.
현재 독매 신문 외신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히노」씨는 해방될 때까지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밀양·부산·대구·서울 등지에서 살았으며 해방 당시는 용산중학교 재학생이었다.
그가 부인 성씨를 처음 만난 것은 5·16전 서울 특파원 생활을 할 때 그의 사무실이었던 반도 「호텔」이 바로 옆의 다방에서였다. 그 다방은 성씨의 언니와 언니의 친구인 황모씨가 경영하고 있었는데 황씨의 소개로 「히노」씨와 성씨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히노」씨에게는 일본에 부인이 있었고 성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히노」씨가 귀국한 후 전화와 편지가 오가면서 사랑이 싹텄다고 한다.
약1년 후 「히노」씨가 정식으로 이혼을 하고 그의 부인이 된 성씨는 4남5녀 가운데 여섯째로 양가의 반대로 결혼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지금은 소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동경 고전마장 옆 낙합정의 6층 「맨션」에서 단란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히노」씨는 철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에 대해 향수를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한국에 대한 그의 감정은 작품 속에 생생하게 나타나 더욱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피안의 집』 『귀로』 등 두 편의 장편 단행본을 발간했으며 이밖에도 『구름 다리』 『뜬 방』 등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신조」지 74년 7월호에 발표된 개천상 수상작 『그 저녁 놀』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한국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일본에는 「히노」씨 외에도 한국을 소재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이 있다.
작년도 개천상 수상자인 「모리·아쓰시」씨도 그 중의 한사람이지만 「나오끼」상 수상자인 오목관지·안강장태랑·후등명생 등 쟁쟁한 작가들이 모두 이 범주에 드는 작가들이다. 「히노」씨의 금년도 개천상 수상 결정으로 일본 문단에서는 바야흐로 한국 소재 작품이 「붐」을 이룰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