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문화 재단 제정 제4회 도의문화 저작상 결정|소설=이정수·논문=정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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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성 문화 재단이 제정한 「도의문화 저작상」(소설부문·논문부문)의 74년도 제4회 수상자로 소설부문에서 『수전』으로 최우수작에 뽑힌 이정수씨, 논문부문에서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염치의 문제』로 가작에 뽑힌 정대수씨가 결정됐다.
「염치」를 주제로 한 74년도 「도의문화 저작상」 후보 작품 모집(74년 12월 10일 마감)에는 소설부문에 9편, 논문부문에 23편 등 모두32편이 응모됐는데 12월 12일부터 31일까지 19일간의 예심을 거쳐 소설부문에 3편, 논문부문의 6편이 본심에 올랐다.
지난 16, 17 양일간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본심 의회에서는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일치로 소설부문에서 『수전』을 최우수작으로, 논문부문에서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염치의 문제』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제4회 「도의문화 저작상」의 본심 심사는 소설부문을 유주현(작가) 백악청(문학평론가) 장덕상(중앙일보 문화부장)제씨가, 논문부문을 이우성(성대 교수) 이종복 최정호(이상 중앙일보 논설위원)제씨가 각각 담당했다.
시상식은 1월 30일 상오 11시 중앙일보사 회의실에서 열린다.
제4회 「도의문화 저작상」 심사 소감과 수상자 이정수·정대수씨의 수상 소감은 다음과 같다.
예심에서 넘어온 3편 중 『고장난 인간』과 『황토』 두 편이 먼저 탈락되었다. 『고장난 인간』은 더러 생활 수기다운 생생한 묘사가 있지만 소설로서는 미흡한 것이었다. 착하디 착한 여인이 고생 끝에 소원 성취한다는 주제도 객관적 호소력이 박약했다. 『황토』는 소설다운 골격을 좀더 갖춘 작품이나 이야기 진행이 너무 느리고 인물 설정이 산만하다. 벽촌의 어느 고등공민학교의 실상을 파헤친 끈질긴 노력이 평가되나 평면적 사실보다 문제의 핵심에 착안하여 과감한 압축을 단행했으면 좋겠다.
남은 작품 『수전』은 시종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능숙한 솜씨를 보여준다. 일제시대부터 6·25가 끝나기까지의 20여 년을 제나름으로 양심껏 살려는 한 신문기자의 체험을 중심으로 그려냈다. 문학작품으로서 무르익은 소설이라기보다 어딘가 신문기자의 기록을 연상시키는 허술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이나, 방대하고 복잡다단한 소재를 큰 무리 없이 소화하고 정리해 냈다. 편집국뿐 아니라 경영자에서 공무국까지의 제반 사정을 소상히 알려주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
반면 인물 설정에 대체로 깊이가 모자란다는 느낌이다. 특히 주인공의 아내 「영실이」의 변모는 누구나 납득할 만큼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고 거물 친일파 「이치우」도 깊이 있는 하나의 작중인물로서 완성되었다기보다 한 명물에 대한 일화들을 나열한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이 작품은 또 정치 이념의 갈등으로 점철된 시대를 정면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이념면에서도 독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얻을 수 있으며 시대적 편견에서 철저히 벗어났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상투형을 파괴하려는 값진 노력이 엿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수전』이 응모작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임이 틀림없었다.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겠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 도의 저작상 설립이래 최초의 당선작으로 하기에는 주저되는 면도 있어 재작년의 전례에 따라 「최우수작」으로 내기로 했다. 【심사위원=유주현·백악청·장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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