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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아, 짜다" … 판정과 싸웠던 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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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연아가 20일 오전(현지시간) 프리 프로그램 드레스 리허설을 하고 있다. [소치=뉴시스]

“아, 짜다.”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김연아(24)의 입에서는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20일(한국시간)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74.92점이었다. 실수 하나 없는 ‘클린’ 연기를 펼쳤지만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기록한 자신의 최고점수 78.50점에는 훨씬 못 미쳤다.

 김연아는 은퇴 무대에서 ‘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도 싸워야 했다. 심판들이 김연아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홈 이점을 업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는 74.64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3위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도 74.12점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연아는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구성 요소 수행점수(GOE)에서 1.50점밖에 가산점을 얻지 못했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60점의 GOE를 챙겼다. 코스트너도 같은 점프에서 1.50점을 받았다. 심지어 김연아의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은 한 심판으로부터 0점의 GOE를 받기도 했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심판들이 김연아의 수행점수 등급을 덜 줬다. 기본 2점, 3점이 넘을 수 있는 점프였다”고 말했다.

경기 순서도 독이 됐다. 김연아는 2013~2014 시즌 ISU 공인 대회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아 랭킹포인트를 얻지 못해 앞쪽 순서(30명 중 17번째)를 배정받았다. 기량이 뛰어난 뒤쪽 선수들에게 기준선을 맞춘 채점이 이뤄지기 때문에 앞 순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해외 매체는 일제히 김연아의 연기를 칭찬했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얼음 위에서 음악과 하나가 됐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완벽했다”고 평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김연아는 점프할 때마다 이 꽃 저 꽃으로 옮겨다니는 벌과 같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은퇴한 빙상 스타들도 김연아에게 박수를 보냈다. 1998 나가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라 리핀스키는 “역시 특별한 선수다. 너무나 편안하게 한다. 2010년보다 더 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퇴한 일본의 안도 미키는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서 거의 울 뻔했다”고 감탄했다. 김연아의 어린 시절 우상인 미셸 콴도 SNS를 통해 “숨 막히는 연기”라고 칭찬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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