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고속도서 망신당한 해외진출업체 공기 못 지키고 자금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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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북=전육특파원】대만의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극동건설(대표 김용산)이 공기 안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해 대만정부당국이 6회나 공기 연장조치를 해주었으나 최근엔 잔여공사를 완수할 자금마저 달려 1백만「달러」의 외화를 한국으로부터 인출해가야 공사를 끝낼 형편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해외건설에 진출하는 업체에 대한 정부의 감독권강화가 요청되고 있다.
극동건설은 지난 71년11월15일부터 대만의 남북고속도로 중 삼중∼태산간(5.75km)을 비롯, 3개 공구(제1, 8, 10공구) 공사를 5억4천6백35만신대폐(미화1천4백38만「달러」)에 맡아 해왔다.
입찰당시 이 3개 공구 중 제1공구는 71년11월에 착공, 74년5월17일에 완공토록 되어 있었으나 극동건설이 예정기일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자 대만정부는 완공일을 74년6월30일·75년1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연기해 주었다. 나머지 2개 공구 역시 마찬가지. 72년9월15일에 착공, 74년5월17일 완공토록 되어있던 제8공구는 완공일을 2회 연기, 75년1월31일로 연기했으며 73년4월19일 착공, 75년4월18일 완공으로 되어있는 제10공구도 2회 연기, 75년12월31일로 완공예정일을 변경했다.
이 같은 공사지연에 대해 극동건설 대북지사 관계자는 『본의 아닌 경제여건의 변화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몇 가지 지연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극동 측은 공사를 따는 데만 열심이었을 뿐 공사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사전시장조사를 소홀히 해 현지의 기후조건에 대한 초보적인 대책조차 수립하지 않고 공사에 임했다. 말하자면 한국에서의 관례로 보아 한 달에 20일 정도는 작업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공사에 착수하고 보니 2∼3개월씩 우기가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오일」파동이후 밀어닥친 물가상승을 지연이유로 들고 있다. 73년도 대만의 도매물가 상승률은 43.3%였으며 73년12월∼74년7월 동안은 16.7%였다. 이에 따라 극동 측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스컬레이션)을 80%선으로 요구했으나 대만정부는 「에스컬레이션」을 74년1월26일(대만의 물가현실화조치 이후)의 공사에만 적용, 30%선 전후로 고려하고있다는 것이다. 이 나마도 극동측은 공사지연에 따른 배상금조로 1일 4만신대폐(미화 1천50「달러」)를 지불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공사가 끝나려면 2백만「달러」정도의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정부의 외화반출조건이 까다로워 공사착수당시 장비구입 등이 지연되었으며 앞으로 1백만「달러」를 본사로부터 더 인출해와야 연기된 공기 안에나마 완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극동측과 관련을 맺고있는 중국인업자들에 따르면 대만정부가 미국설계업체인 DCI에 공사감독업무를 의뢰, 공사 실적의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극동측이 설계변경 등으로 변칙공비절감을 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만교통부 고속공로국 북구공정처장 석중광씨는 남북고속도로공사에 극동건설과 함께 참여, 이미 완공한 일본의 「아오끼」(청목)건설이나 호주의 건설업체에 비해 한국의 극동건설이 너무나 자본력이 허약하다고 말했다.
석 처장은 『극동측이 지적한 공사지연 이유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동측이 보다 합리적으로 작업을 했다면 적어도 제1공구의 공사는 기한 내 완공을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공사는 시기로 보아 물가인상이전의 것이었으며 또 대만정부는 극동측의 추가지원요청에 상당부분 응해 주었기 때문이다.
제8, 10공구 공사도 공기를 연장해 주었으며 적당한 선의 「에스컬레이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스컬레이션」문제는 일단 공사가 끝난 후 고문회의를 거쳐 공기지연에 따른 배상문제와 함께 처리할 것이며 『대만정부가 극동측의 공사부진에 실망을 느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만정부는 오는 78년까지 기강∼고웅간 3백73.4ha의 남북종단고속도로 건설을 계획, 1차로 기강∼양매간 68.5km를 착수했는데 극동건설의 공사지연 때문에 계획전체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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