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산」에 비친 어린이 마음|어효선씨의 분석과 조도 방향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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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글짓기를 잘 하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우수한 층에 속하는 어린이들이다. 상상력과 관찰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이 상상과 관찰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표현력까지 갖추지 않으면 글을 잘 쓰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글짓기 중에서도 형식이 간결한 동시는 특히 어린이들의 사고력·상상력·관찰력이 잘 드러나는 부문이다.
어린이들의 동시를 싣는 본지「중앙동산」에 74년 한해동안 실렸던 1백20여편의 동시에 비친 요즘 어린이들의 글짓기태도를 분석해 보고 글짓기 지도교사가 주의해야할 점을 아동문학가 어효선씨에게 알아본다.
74년 한햇동안「중앙동산」에 실린 1백20여편의 동시는 우선 어린이들은 평소 가족이나 자연·물건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들이 택한 동시의 소재는 70% 이상이 가족이나 자연·주변의 물건이다.
1백20편중 35편이 눈·얼음판·연 등 물건을 다루었고 32편이 봄·겨울밤 등 계절을 노래했으며 20편이 어머니·아버지·동생 등 가족을 묘사했다.
계절 중 봄을 다룬 작품이 20편을 넘어 봄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경향이 엿보이며 동생을 묘사한 작품은 모두 애정 어린 눈길로 차있다.
가족·자연·물건을 소재로 한 동시들은 대부분 날카로운 관찰의 눈이 없고 부드럽고 온화하기만 하다.『엄마는 힘과 동생이 말썽부리지 않으면/하루종일 즐거워요』라든가『보슬보슬/흰 눈이 옵니다』혹은『…외짝고무신/신발장서 며칠씩 늦잠을 자요』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올해「중앙동산」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는 사물이나 사건을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소재도 생활주변의 것 뿐 아니라 특정사건·사회 등에서 택하는 어린이의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싸구려어/양말 한 켤레에 50원/목청 돋구어 소리지르는/양말장수 아저씨/무척 배고프겠다/값만 물어보고/그냥 가는 사람들/무척 얄밉겠다』,『…연탄이랑 석유랑/아껴쓰는 이때에/날씨라도 따뜻하게/누그러 주었으면』,『…육성회비 주세요/나도 말하려다가/쓸곳이 많은 엄마/얼굴만 쳐다보고/그만 뒀어요』『선생님께서/생각 안나는 글을/지으라고 하신다』등 10여편이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느낌을 적었다.
아동문학가 어효선씨는 이렇게 어린이들이 동시의 소재를 생활주변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폭을 넓혀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글짓기 교육의 목표는 단순한 문장수련에 있지 않고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사회를 보는 눈도 기르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교사는 글짓기의 제목으로 가족·소풍을 다녀온 이야기 등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버스」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태도에 대해 느낀 점·시장주변 등도 소재로 정해져야 글쓰는 솜씨와 선악에 대한 투쟁을 동시에 훈련시킬 수 있다.
사회를 보는 눈을 너무 일찍부터 틔워주면 순진한 어린이들에 티가 생길 것 같은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 비판력을 길러주지 않으면 무기력한 성인으로 자라기 쉽다.
또 각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글짓기시간이 따로 없는 국민학교에서는 국어시간외에 다른 과목시간에도 그 과목에 연관된 글짓기를 시켜야 사물을 보다 깊게 분석하는 능력을 늘릴 수 있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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