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목 가격 할인요청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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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율인상 이후 한국의 수출상품가격을 10% 정도 깎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이미 계약이 끝난 것이라도 아직 수입신용장이 개설되지 않은 것은 가격을 다시 협의하자는 전보조차 날아들고 있다.
21일 무역업계에 의하면 환율 20%의 인상이 발표되자 외국「바이어」로부터 수출가격을 10% 정도 깎자는 요청이 빗발치듯 들어와 일부품목을 제외하곤 5∼10%씩 깎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10% 가격할인을 둘러싸고 현재 해외「바이어」와 수출업자간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신규계약은 현재 관망상태에 있다.
철강재 「시멘트」 등 해외수요가 많은 품목은 값을 깎아주지 않고 있으나 섬유·전자제품(특히 가전) 등은 대부분 가격할인에 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공부는 환율인상 후 수출가격을 내리지 말도록 무역업계에 계속 촉구하고 있으나 국내업자의 과당경쟁과 당장 급한 자금난에 쫓겨 가격인하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와 같이 기존 「바이어」들에 대한 수출가격이 일반적으로 인하된 반면 아직 두드러진 신규상담의 제의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무역업계에선 환율을 20% 인상해도 수출가격이 평균 10% 인하되었고 또 전기·유류값 등이 올랐으므로 수출채산성이 호조된 게 없다고 주장하고 결과적으로 환율인상의 혜택은 외국「바이어」에게 가장 많이 돌아갔다고 지적하고있다.
특히 정부가 환율을 2년 이상이나 동결했다가 일시에 20%나 올림으로써 외국「바이어」에게 한국수출품목가격 인하의 좋은 구실을 주었다고 밝히고 앞으로는 환율을 변동제 기능을 살려 점진적으로 실세화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업계에선 환율을 점진적으로 올렸으면 물가에 대한 충격도 적고 수출가격의 인하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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