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공해와 인간존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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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법원은『공해사건은 공해로 인한 침해와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정도의 개연성만 피해자가 증명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 헌법 8조에 의하면『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인간존엄의 근본이념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든지 건강이나 복지를 침해할 요인에 화를 입지 않을 환경을 누릴 기본적 인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근래 산업의 급격한 공업화로 인하여 산업공해의 피해를 받는 사람이나 지역이 점차 광범화하여 공해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책이 시급하고도 심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해로 인한 일반 피해자는 경제적 실력이 영세한 사람이 많고 공해에 의하여 발생하는 손해의 내용·정도 등이 불명확하며 원인 되는 가해행위나 환경사이의 인과관계도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러기 때문에 공해와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명확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피해자인 민중이 산업공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사실상 명백한데도 위와 같은 입증이 부족하다하여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막힌다면 위에 말한 인간존엄을 바탕으로 한 기본적 인권이 땅에 떨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제 대법원이 지난해 11월에 내린 공해사건의 입증책임도 손해발생의 개연성 증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결을 바꾸어 발전소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때문에 과수원의 수확이 감소함으로써 입은 손해배상 사건에서 아황산「가스」 때문에 과수 수확이 감소하였으리라는 우선의 개연성이 증명되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시의를 얻은 결단으로 환영하여 마지않는다.
공해사건 입증책임의 정도에 관해 피해자를 두텁게 돌보는 방향을 제시한 것은 공해로 인한 민중의 권익보호를 위한 복음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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