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에서 어린이 질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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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6일 낮 l2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 991의 14 대폿집 황해집 (주인 김희자·42) 「홀」안에 있는 냉장고 속에서 김씨의 외아들 최해창 군 (11·영일 국민교 4년)이 쭈그린 채 얼어죽은 것을 김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가 난 냉장고는 해태 「메도골드」 상표가 찍힌 가로 1m50cm·폭 60cm·높이 1m31cm의 크기로 최군은 얼음 등을 저장하는 폭 40cm·가로 41cm·깊이 80cm의 통속에서 발견됐다.
김씨에 따르면 최군과 단둘이 사는 김씨는 지난 24일 상오 11시10분쯤 식모를 구하기 위해 영등포 직업소개소에 가면서 최군에게 『집을 지킬 때 만화를 보라』며 20원을 주고 외출했다. 하오 3시쯤 김씨가 집에 돌아와 보니 신발만 있고 최군이 없어 찾다가 다음날인 25일 상오 11시쯤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는 것.
김씨는 발견 당일인 26일 상오 9시쯤 냉장고 「스위치」를 시험 삼아 처음으로 넣은 뒤 낮 12시30분쯤 냉장고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냉장고 통을 열자 손과 귀가 얼어붙은 최군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최군은 통속에 바로 앉아 있는 자세였다.
김씨는 지난 10일 전세 돈 1백10만원을 주고 이사, 지금까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다가 이날 개업하면서 처음으로 냉장고를 사용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군의 몸에서 별다른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피해품이 없다는 점, 최군이 평소 냉장고 위에서 자주 놀았고 냉장고문이 닫히면 안에서는 열 수 없다는 점등을 들어 최군이 장난 삼아 냉장고 통속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가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에서는 열 수 없는 로크식 문으로 참변|가정용은 자석식>
최군이 숨진 냉장고의 문은 한번 닫히면 안에서는 열 수 없는「로크」식 (잠그는 식)이었다.
「로크」식은 50년대 이전의 구형 냉장고에 사용된 개폐 방식으로 일본에서 어린이가 냉장고에 들어가 놀다 문이 잠겨 질식해 숨진 사건이 일어나자 안팎에서 열 수 있는 자석식이 개발되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냉장고용 자석 (러버·마그네트)이 생산되지 않아 수입해야하므로 군소「메이커」에서는 싸게 만들기 위해 종전의 「로크」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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