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피아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디오피아」방송은 「안돔」장군과 「셀라시에」황제의 손자를 포함한 60여명의 전직 고관들이 처형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셀라시에」황제의 추방으로 일단락 지은 「이디오피아」의 역사는 여전히 격동 속의 암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이다.
동 방송은 이들이 언제 어떻게 재판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고 있다. 다만 『군부 내 준열을 조장하고 국익보다는 사리를 탐내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고발 내용을 밝히고 기관총으로 처형했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숙청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가장 긴 「쿠테타」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이미 「안돔」장군의 실각은 국사조정위원회의 의장으로서 그가 예상할 수도 있던 일이었다.
어느 혁명에 있어서나 당초에는 급진파가 주도자가 된다. 그러나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에 급진파는 과격파에 눌려 밀려나기 마련이다. 「프랑스」혁명에서 그랬고 「러시아」혁명에서도 그랬다.
「안돔」장군은 귀족적인 자유주의자다. 이런 그가 사병대표를 포함한 급진적인 소장 장교들이 다수를 차지한 국군 행정위원회의 배격을 받을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어느 외신은 「안돔」장군을 지난 50년대에 「이집트」에서 「쿠테타」를 주도한 후에 「나세르」에게 밀려난 「나기브」장군과 비유하고 있다.
앞으로 「이디오피아」군사 정부도 이번 처형에 관하여 보다 상세하고 그럴싸한 명분을 밝힐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놓고 보면 군부 내에서 노골화된 강경파와 급진파의 대립에서 급진파가 급기야 패퇴 당했음을 알려 주는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격동기란 시계의 추와도 같다. 처음에도 추는 크게 움직인다. 그리고 우측으로 한 번 크게 움직이면 좌측으로 반드시 또 한번 크게 움직인다.
이렇게 좌우로 흔들리는 추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차차 좌우로 움직이는 폭이 줄어든다.
그리고 끝내는 어느 한 점에 가서 멎게 된다. 이때 격동기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디오피아」의 사태도 이번 처형을 계기로 좌로 크게 움직일 것이 예상된다.
앞으로 숙청이 얼마나 더 확대될 것인지, 또는 숙청의 공포가 얼마나 더 오래 끌 것인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너무 크게 좌로 한 번 흔들린 추가 좌로 그냥 기운 채로 멎는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우기 염려되는 것은 직선적인 사고에 젖기 마련인 「군부」란 역사와 양식을 자칫 저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셀라시에」전황제의 운명이다. 그는 아직도 연금된 채로 있는 모양이지만 언젠간 그마저 처형당할지 모를 일이다.
50여년동안 공들여 가꿔 온 그의 신비성과 상징성도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