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행정… 시민들만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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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행정당국의 행정권행사가 큰 사고가 생길 때마다 편리할 대로 엎치락뒤치락, 일관성을 잃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관청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업소와 시민들만 번번이 벼락치기 피해를 보기가 일쑤. 이 같은 원칙 없는 행정은 최근에 잇따른 대형사고의 뒤처리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져 당국이 한 발치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시행한 행정을 하루아침에 규정에도 없이 번복하거나 강력 단속 위주로 시행착오만 저지르기 예사다. 이 때마다 새로운 부조리가 생기게 마련이며 행정 당국간의 서로 엇갈린 지시 남발로 행정 효과의 달성마저 어렵게 하고있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LPG사용「택시」가 늘어남에 따라 시내곳곳에 사고위험이 많은 LPG저장·제조·판매업소 31개소를 허가했다가 지난 15일 응암동LPG저장「탱크」폭발사고가 나자 뒤늦게 28개소를 시청반경 10㎞밖으로 이전토록 종용하고 이중 9개소에 대해서는 외곽지대로 이전할 때까지 영업 처분을 했다.
대부분 8백만원 이상의 시설비(대지값 제외)를 들인 업자들은 행정당국이 위험성을 예견했다면 당초부터 허가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허가해 놓고 LPG무허차량에 주입했다는 억지 이유를 내세워 영업 정지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라는 것은 올바른 행정이 못된다고 주장했다.
유흥업소의 경우에도 서울시는 영업장 안에「ㄷ」자형의 간막이 설치를 지금까지 묵인해왔다가 대왕「코너」화재사건이 나자 퇴폐 풍조 방지를 이유로 간막이를 모두 철거토록 상반된 행정 지시를 해 업자들은 기껏 돈 들여 설치했던 간막이를 다시 뜯어야만 했다.
유흥업소의 간막이에 대한 규제조항은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22조·시행규칙별표 7∼1)에도 없는 것이었다.
유류 파동에 따른 유흥접객업소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도 주무 부서인 보사부는 지난 9월말 영업 시간을 오는 11월말까지는 종전처럼 연장한다고 지시했으나 내무부는 지난 10월1일을 기해 다방·다과점·대중음식점·목욕탕·이미용실 등에 대해 영업 시간을 1시간∼2시간씩 단축토록 전국각시·도에 지시, 혼선을 빚게 했다.
이밖에 대형화재가 잇따르자 당국은 이미 준공검사까지 해주어놓고 기준건물에 대해서 뒤에 개정된 소방법을 적용. 시설 개수령을 내리고 이를 어길 경우 단전·단수·퇴거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지시, 대부분의 건물에 2중 부담을 안겨 주고있다.
시민들은 이 같은 원칙이 없는 갈팡질팡한 행정은 행정당국이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자세에 앞서 업자의주의 행정을 했다가 번번이 사고가 날 때마다 뒤처리 행정에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 국민의 편에 서서 행정을 수행한다는 자세확립이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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