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미 극동전략상의 의미|한반도의 중요성을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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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략적인 견지에서 가는 것이 현명하다』『한국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이것이 미국관리들이 말하는「포드」대통령의 방한 동기다. 미국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고 한국의 문전을 슬쩍 지나「블라디보스토크」로 사라진다면 필경 북괴는 그것을 한국에 대한「포드」대통령의 무관심으로 오역할 염려가 있고 그런 사태는 한반도의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전략적인 견지』의 내용이다.
이런 설명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고「포드」대통령과「키신저」국무장관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및 한국현정부의 안정도에 대한 견해를 직접 반영한 것이다.
지난 6월 대통령직을 계승하기 직전의 「포드」(당시 부통령)는 일본중의원의 「야마자끼」 의원으로부터 미국은 박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여 현정권의『궤도수정』을 성사시키는게 마땅하지 않은가 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북괴의 독재정권은 눈감아 두고 한국에만 민주주의의 기준을 적용하려는 이중기준에는 찬성할 수가 없노라고 반박했다.
「포드」대통령이 미국 안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런 입장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뒤따라 나온 것이「키신저」의 지난 7월24일 의회증언이다.
상원의「이노우에」대외수조계획분과위원회에서「키신저」는 한국의 안보가 동「아시아」의 안보에 필수적이고 미국은 현 한국정부의 인권정책을 찬성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국내정책보다는 한반도의 전략적인 고려가 한층 중요하다고 증언한 것이다.
미국고위관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증언을 인용하고 있다.
「키신저」발언을 극단적으로 해석하면「덜레스」시대의『반공이면 독재라도 무방하다』는 미국대외정책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게다가「포드」행정부는 한국국민의 대부분이「포드」방한을 환영하고 야당까지도 내심으로는 「포드」방한을「호기」라고 생각하는 것을 계산하고 있다.
「포드」는 이같이 전통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있는 한국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사람에게 충격을 주고싶지 않다는 입장은 결국 한국민을 다스리는 현정권의 안정도를「포드」행정부가 어떻게 평가하는 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포드」와「키신저」가 보는 현 정권은 위기에 처하기는 했어도 불안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국 안의 자유주의적인 지식인과 신문들의 주장이「포드」와「키신저」에게 아직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방한일자가 가까워오자「포드」는 보다 미묘한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15일 「피닉스」시(애리조나주)에서 행한 연설도중『한·미간에 견해차가 있다면 이를 이 기회에 해소하고 두 나라 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미국이 한국인권문제를 공식화할 생각은 없다고 한 지금까지의「포드」행정부의 소극적 입장을 약간은 변화시킨 발언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의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전도 요원하다고 보는 눈치고 미국의회일각에서 일고있는 움직임대로 한국에 대한 군원을 삭감 또는 중단하고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군부의 동요를 촉발시킬 위기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현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변수는 오히려 경제위기라고 미국은 판단한다.
「키신저」의 주장대로 한국의 안전은 동「아시아」의 안전을 위해서 중대하다. 미국이 말하는 동「아시아」의 안전이라는 것은 미국에 의한, 그리고 미국을 위한 안정, 다시 말하면 동「아시아」에서의「팩스·아메리커너」야 말로 일본에서의 군국주의부활을 방지하고 중공과 소련을 상대로 하는 협상에『힘의 뒷받침』을 제공하는 것이다.「포드」방한이 동경과「블라디보스토크」정상회담과「키신저」의 북경방문과 같은 울타리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대패한「포드」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해서도 박 대통령의 정책을 공공연히 지지하는 언사는 삼가겠지만 한국 측의 협상수단여하에 따라서는 공공성명 속에 한국정부가 바라는 구절을 집어넣을 가능성이 아주 배제된 것은 아니다.
지난 한달 동안 수차「포드」대통령을 만나 한국상황을 설명하고「포드」대통령의 방한을 토의한바있는 정통한 의회소식통의 말을 빌면「포드」대통령은 자신의 방한자체가 박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선지「뉴리퍼블릭」지는「포드」대통령의 이번 극동여행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라는 의미심장한 결론을 내린바 있다. <김영희 주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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