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못 받는 국내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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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물기술 세미나>"주물 제조업계의 후진성탈피 시급"
주형재료 및 주형제조방법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기술을 검토하고 국내주물 공업의 문젯점을 살펴본 제1회 주물기술 「세미나」가 1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주물기술「센터」주최로 동 연구소에서 열렸다.
국내 주물기술관계학자가 다수참석, 우리 나라 주물공업의 현황과 문젯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이번 「세미나」에는 일본의 종합주물기술 전문가의 강연도 들었다.
이번「세미나」에서는 현재 국내에 4백여 개의 주물제조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 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이들 중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영세하여 자력으로 기술발전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그리고 주물공업은 기계공업의 중요한 기존산업부문으로서 기술수준 향상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강조되었다.
최근 국내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기술개발에 따른 국산화와 제품개발에 대한 회의와 기피경향이 고개를 들고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이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경향은 현재 당국의 정책이 기술개발을 촉진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 육성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 같다.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쏟아 넣으면서 기술을 개발, 국산화를 서둘러 보아야 당국에서 아무런 보호대책도 세워주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일부 기업가들의 불만이다.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의 계약으로 항 천식제 「살부타물」을 원료합성부터 공정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K약품의 경우는 아주 좋은 본보기로 지적된다.
작년 2월 KIST의 채영복 박사와 계약, 지난 9월「살부타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한 K약품은 제품을 생산, 시판하고 있는데 최근 제약회사인 J·에서 동남아시장 광대명목으로 영국에서「살부타물」합성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서 말썽을 빚고 있다.
이와 같은 국내기술개발과 외국기술도입 시비는 비단 제기부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산업계와 과학기술진이 전자제품에 대한 기술을 개발했는데도 똑같은 내용의 외국기술이 버젓이 전입된 예는 허다하다.
가발 제조기술만 해도 그렇다. KlST가 정부의 기술개발 연구비로 가발제조에 관한 기술을 개발했는데도 외국기업가와 결탁한 일부 국내기업가의 농간으로 실효를 못 거둔 예는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러한 예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많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두려워하고 기업가들은 보호·육성도 되지 않는 기술개발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첫째 73년9월에 발표된 기술개발 촉진법이 기술개발을 촉진할 뿐 국산화와 제품개발에 따른 수입규제나 세제특혜 같은 보호조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둘째는 기업가의 양식문제로 지나치게 외국기술에 의존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술개발사. 입금에 대해서는 세제상 특혜조치가 취해진다고 하지만 여기에 기대를 거는 기업가는 드문 것 갈다.
한편 외국기술도입과 관련, 각 부처간의 긴밀한 협조가 없다는 행정상의 문젯점도 지적된다.
어떻든 국가적인 차원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국내기술개발을 기피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아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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