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은 전기에 약하다|화재보험협의 안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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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에 잇단 고층 건물의 화재 사고가 대부분 누전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빌딩·붐」을 타고 앞을 다투어 치솟은 고층 건물들이 전기에 무력함을 드러냈다.
더우기 이들 고층 건물 가운데는 무질서한 전기 시설을 마구 갖춘 각종 업소와 점포들을 수용하고 있는 경우가 통례여서 언제나 누전을 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는 셈.
13일 새벽에 일어난 풍전 「빌딩」의 화재도 불탄 점포의 대부분이 불법으로 목조 다락을 설치하고 야간「미싱」작업을 하느라고 전깃줄을 거미줄처럼 멋대로 끌어들여 이 전깃줄에서 누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이 같은 상가 「빌딩」은 하나같이 폐업 후에는 철제 「셔터」를 내려 화재 발생 때에는 인명 구조는 물론 진화 작업마저 어렵게 하고 있어 또 하나의 문젯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풍전 상가 화재 때도 경찰은 소방차 42대를 동원했으나 출입구의「셔터」를 뚫기 힘든데다 통풍창 마저 철창으로 막혀 있어 진화 작업이 늦어졌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작년 7월부터 금년 7월말까지 서울·부산·대구의 유흥업소·병원·상가 「아파트」·4층 이상 건물 등 보험 가입 의무화 특수 건물 7천5백22동을 대상으로 한 화재 예방 안전 점검에 의하면 많은 건물의 전기 시설이 불량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 결과 분석에 의하면 전기 시설 중 가장 불량한 것은 전선 부문. 백열 조명 전구와 「아이롱」·전기 「곤로」 등 전열 기구에 이어지는 전선은 반드시 석면「코드」를 써야하는데도 절반이 넘는 52.8%의 건물(3천9백67동)이 섭씨 70도면 녹는「비닐·코드」를 사용하고 있어 과열로 인한 화재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누전의 직접적인 원인인 절연 저항 불량 건물도 41.4%(3천1백19동)나 되어 엉터리전선 못지 않은 불씨로 드러났다.
절연 저항 불량의 유형은 ▲시설 당초부터의 조악 전선 또는 장기 사용에 의한 외피의 파손·탄화 ▲「소키트」·「콘센트」및 전기기기 자체에서의 누전 등으로 나타났으며 접촉 부위에 가연성 물질이 있을 경우 열이 발생, 화재를 빚게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배선에 있어서도 33.4%의 건물(2천5백9동)이 옥내 전선 등을 노출시켜 놓고 있어 의외의 합선·파손 등 사고를 빚을 우려가 크고 「퓨즈」 또한 26.2%(1천9백68동)가 규격품이 아니어서 과전류가 흘러도 끊어지지 않고 화재 확대를 부르게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상가의 경우 13.3%(1천2동)가 형광등의 안정기(「트랜스」역할)를 「쇼윈도의 가연재에 부착시켜 놓고 있어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나이프·스위치」도 13.6%의 건물(1천20동)이 탄화된 채 그대로 쓰고 있어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되고 있고 일부 공장의 경우(2백16개)는 형광등에 방진 조처 등을 안해 윤성방적과 같이 형광등 안에 먼지가 쌓여 불을 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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