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닿는 듯한 감동…그 미성|「로스앙헬레스」의 공연 정경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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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 봄에 다녀간「테발디」「코렐리」, 한 달 전에 공연했던「칼라스」「스테파노」등 모두가「빅토리아·데·로스앙헬레스」와 함께 비슷한 연대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들은 50년대의 황금시대를 우리에게 환상으로만 남겨주고 소리의 알맹이를 찾지 못한 아쉬움을 주었다.
여기에 비해「빅토리아·데·로스앙헬레스」는 아직도 그의 나이를 잊게 하는 가득한 소리로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것은「로스앙헬레스」자신 지금까지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아껴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리릭·소프라노」로서의 아름다운 소리와 음색을 그는 훌륭하게 지니고 있었다.
서울무대에서 처음 그를 대하면서 그가 얼마큼 자신의 예술세계를 굳게 쌓아 왔는가를, 그리고 세계의 청중들을 감격시킨 그의 따뜻한 인간미가 얼마큼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와 닿는가를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한창 때의「오페라」가수시대를 지나「콘서트·싱거」로서의「로스앙헬레스」의 깊은 예술성의 커다란 발전을 놀랍게 지켜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타고난 온화한 성격이 노래를 통해 무대 밑 청중에 피부로 와 닿는 그 감동은 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어느 가수보다도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었다고 확신한다.
「레퍼토리」선정에서도「이탈리아」독일「프랑스」「스페인」의 가곡을 다양하게 배합하여 그가 예술가곡에 심혈을 기울여온 그 향긋한 열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더욱이「슈베르트」의『들장미』나「팔라」의『자장가』등에서 보듯이 소품을 갖고 귀중함을 깊게 표현해낸 점등은 그의 아름다운 음색과 함께 크게 평가하고싶다.
「앙코르」곡으로 부른 이날 밤 유일한「오페라·아리아」『하바네라』(카르멘)는 그의 모국「스페인」의 숨결을 최대로 표현했으며 직접「기타」반주로 부른『아디오스·그라나다』도 일품이었다.
이날 밤 그가 부른「슈만」이나「슈베르트」의「포풀러」한 노래들은 전통적「리드」들과는「뉘앙스」를 달리하여「템포」의「밸런스」도 좀 흐트러진 것 같았지만 그러나 모든 가수들이 연령과 더불어 표현에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해가 가는 창법이었다. <수도여 사대 교수·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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