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거점 간첩단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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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육군보안사가 지난 5일에 발표한 일본거점 간첩 단 사건은 해이해지기 쉬운 국민의 대공경각심에 새삼 경종을 울리는 사태의 출현을 보여준 것으로 그 교훈을 숙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한마디로 이 사건의 특징은 재일 거류민단 동경도본부 부단장 진두현이 주범이며, 그가 그 신분을 이용, 본국을 빈번히 왕래하면서 장기간 잠복, 대담하게 활약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그에게 포섭되거나 편의를 제공한 자들은 주로 국내지식계층으로서 그 중에는 현직 군문 관과 영관급 장교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경악할 만한 일이다.
주범 진두현은 65년과 72년 두 차례 북괴를 왕래하며 김일성 괴수를 비롯해서 북로당의 대남 공작 책인 이효순 또는 김중린의 지령을 받았다고 하는 바, 북괴는 조총련의 대한침투가 어렵게 되자 재일 교포의 우익계요, 민단계 간부들을 이용하려고 전술전환을 했음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 72년으로 말하자면, 남-북 대화가 한창일 때이며, 북괴는 표면상 대화에 응하는 체하면서도 실지에 있어서는 계속 대남 파괴공작에 광분했음을 다시금 폭로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괴의 간첩침투는 비단 휴전선이나 해상통로에만 그치지 않고, 이제 주로 일본 등 제3국을 거쳐 들어올 조짐을 더욱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이며, 그 중에도 특히 재일 교포를 이용한 공작이 더한층 활발하게 됐다는 점이다.
재일 교포는 일본에 살면서 본국인과는 생활과 정치·사회풍토가 판이한 여건에 젖어 있기 때문에 국내동포처럼 반공사상에 투철하지 못하는 많은 취약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북괴가 재일 교포를 이용하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이는 북괴가 이른바 조총련에 대한 교육비보조란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시키고 있는 데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본거점 간첩단 사건의 검거를 계기로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재일 교포의 선도문제이며, 그 중에서도 거류민단의 사상적 단결과 그 조직강화가 아닐 수 없다.
재일 교포 60여만 가운데 민단 계는 그 3분의2 가량 되며 이 민단의 강화가 요구 된지는 이미 오래다. 민단은 재일 교포의 권익옹호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함은 물론, 항상 시도되고 있는 조총련의 교란공작을 스스로 분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단의 조직과 기능은 바람직하게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기회에 그 보강 책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민단의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국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재일 교포와 본국과의 긴밀한 유대강화를 촉진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것은 물론, 그들의 권익옹호·경제기반 조성·교육문화 향상 등 제반문제를 다시 한번 중지를 모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재일 교포만이 아니라 해외에 산재해 있는 교민정책은 안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이 기회에 강력한 교민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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