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오대양 누비는「조선입국」|초대형유조선「어틀랜틱·바론」호 처녀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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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대형선박 수주고 세계 11위>
현대조선소가 첫 번째로 건조한 적재용량 26만t급의「어틀랜틱·바론」호가 5일 하오 선주인「그리스」의「조지 S·리바노스」씨에게 인도됨으로써 초대형유조선의 처녀수출이 이루어졌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진 초대형「탱커」를 대양에 띄울 수 있게 됐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조선입국을 향한 의지는 한 발짝 더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현대조선소가 생기기전의 우리 나라 조선능력은 국내 1백40여 개 조선업체 중 4개 사만이 1천t이상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정도이고 그나마 60%는 어업용 목선건조업체.
그러나 현대조선소가1호선인「어틀랜틱·바론」호를 수출함으로써 우리 나라는 20만t급(적재용량)이상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16대 조선 국 대열에 낄 수 있게 됐다.
또한 20만t급 이상 초대형선박 수주고 기준으로는 세계 11위로 올라섰고 20만t급 이상을 포함한 총 선박수출 계약 고는 모두 57척에 7억2천6백여 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작년 10월의「오일·쇼크」이후 신규 주문이 주춤한 상태이긴 하나 현대조선의 경우 기 수주 선을 기일 안에 인도하기 위해 야간작업이 계속되는 등 현재로서는 불황불모지대로 활기를 띠고있다.

<중화학공업 육성의 선도산업>
73년 현재 우리 나라 선박건조능력은 1백10만t.
그러나 정부의 조선공업육성계획은 1단계로 80년도까지 대형조선소(최대 선 1백만t)5개, 중형 조선소(최대 선 10만t)2개, 원양어선조선소(최대 선 6천t)2개를 건설, 연간 모두 5백45만t 을 건조할 수 있도록 확장하게 된다.
또한 2단계인 85년까지는 다시 대형 3개소, 중형 2개소를 증설, 연간조선능력을 9백20만t까지 확장할 계획으로 있다.
일본의 경우 73년 말 현재 20만t급 이상을 건조할 수 있는「도크」가 15기에 이르고 현재 2기가 계획중인데 비하면 아직 영아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는 수준이나 76년 말에 가면 대형 건조「도크」기준 세계 7위로 부상하려는 꿈이 실현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공업을 일으키려는 것은 철강·기계·전자·화학공업 등의 성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선도산업인대다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중화학공업 중 노동집약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자국선 복을 늘리기 위해서는 조선공업의 육성이 기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공업의 기반을 보더라도 선진국은 높은 임금상승과 취업의 기피로 답보상태에 있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하고 남해안일대가 천부적인 조선 입지조건을 갖춰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리에 있다.

<건조 위한 자금조달도 큰 난제>
현재 조선공업에 투입되는 임금단가를 비교해보면 일본을 1백으로 할 때 서독은 1백39,「스웨덴」은 1백90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30정도.
조선선발 국들은 신구시설이 혼재 돼 있는 데다 새로운 적지가 적어 경제적 배치가 어려운데 우리 나라는 신규개발산업으로 불리한 조건을 미리 제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조선공업의 외부적 환경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작년 10월의「오일·쇼크」이후 세계적으로 조선공업의 낙관 논과 비관 논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비관 논의 배경은 과거의 선박 주문량이 너무 과잉상태인데다「수에즈」운하 개통으로 대형「탱커」수요가 줄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선박은 거액의 자금이 투입돼야하나 현재의 국제금융사정은「달러」화의 산유국집중으로 점차 어려워져 선박건조를 위한 자금조달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낙관 논도 이에 못지 않게 강하다. 우선 국제무역상 선박보다 싼 수송수단이 없어 무역 비 증가에 따라 선박수요도 계속 증가하게될 것이고 기름 값 폭등으로 경제적인 운항을 하려면 과거보다 선박속도를 14% 가량 줄여야 하기 때문에 선박수요는 오히려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노동관리·기능공 확보 급선무>
뿐만 아니라「수에즈」운하가 개통된다해도 6만t급 이하만 통과가 가능해지고 86년도에 가야 26만t급의 대형「탱커」의 통과가 가능해지며「수에즈」운하자체가 언제든 중동 전만 재발되면 닫힐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반론이다.
현재로서는 이 양론 중 어느 것이 적중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이나 비관 논이 나온다는 사실자체가 반가운 일은 아니다. 이 같은 외부적인 환경 외에 국내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은 선박하나가 웬만한 공장을 하나 건설하는 것만큼의 자금이 들기 때문에「도크」건설 후에도 계속적으로 막대한 자금수요를 유발하게 된다.
또 노동집약도가 높기 때문에 노무관리가 어렵고 우수한 기능공의 적기확보도 애로요인이 된다.
현재 우리 나라 조선공업에 투입되는 노동력의 평균능률은 일본과 같은 선발 국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조선원가 중 약 40%가 인건비라는 점으로 미루어도 인력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이번「어틀랜틱·바론」호의 처녀수출이 엄격한 영국「로이드」선급협회의 검사를 거쳐 국제상품화 한 것은 더없이 반가운 조선공업의 시발이긴 하나 세계적으로 선박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우리가 지닌 내부적인 문제점도 해결돼야만 조선공업의 성장은 이루어 질 것이다. 【글=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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