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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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정치인들은 동서 없이 일대 시련기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정책의 빈곤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도전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모럴리티」에 관한 시련은 사뭇 심각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닉슨」은 이미 「워터게이트」사건의 압박에 못 이겨 대통령직을 스스로 포기해 버렸다. 그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넬슨·록펠러」는 부통령에 지명 된지 2개월이 넘도록 아직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외신은 그 전망이 밝지만도 않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록펠러」의 지명 인준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머니·스캔들」이다. 그는 미국의 대명문 재벌인 「록펠러」가의 후손이다. 따라서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는 별로 의심을 받을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돈을 쓰는 과정에서 상당한 의문을 낳고 있는 것 같다.
상원의 청문회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록펠러」는 18명의 공직자에게 무려 1천8백만「달러」를 증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록펠러」자신도 그와 같은 사실들을 거의 시인하고 있다. 또 토론 과정에서 탈세를 한 혐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뿌렸을까』는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서 「도덕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록펠러」는 이제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자기의 가문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이익과 그 「증여」와의 사이에도 관계가 없음을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속된 판단으로는 법률적인 하자가 없는 일에 그처럼 책임을 느껴야 할지 의아스럽다. 그러나 이것이 「모럴」에 저촉될 경우, 관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 나라의 국민감정인 것 같다.
「에드워드·케네디」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미 법률적으로는 어떻게든 마무리가 된 문제에 묶여 대통령 출마에의 야심을 포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차파퀴딕」에서의 「코페크니」양 익사사건. 그는 이 사건이 있고 나서도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양식 있는 국민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행에서 도중 하차를 했다.
이런 일들은 구미사회에서만은 아니다. 최근 월남의 「티우」대통령은 자신까지도 포함되었다고 의심받는 부패문제로 시련을 겪고 있다. 가까이는 「다나까」일본수상이 자신의 정치자금과 관련해서 심각한 구설수로 고민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공기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정치인들은 이젠 「모럴」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당연한 일인데도 신기해 보이는 시대적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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