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욕심 때문에 삶은 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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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중국 기사끼리 결승전을 치른 제18회 LG배는 퉈자시 3단에게 돌아갔다. 퉈자시는 일대일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13일 서울대에서 열린 결승 최종국에서 저우루이양 9단을 254수 만에 백 불계로 격파하고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우승상금 3억원, 준우승 1억원.

중국 기사들은 LG배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6년 연속 우승’을 일궈 냈다. 중국 랭킹 6위의 퉈자시는 1991년생으로 중국 바둑의 세대 교체를 만들어 낸 ‘90후’ 중의 한 명이다. 중국은 지난해 스웨·판팅위·저우루이양·탕웨이싱·미위팅 등 90년 이후 출생한 5명의 신흥 세력이 차례로 세계 챔프가 됐는데 퉈자시가 또 그 뒤를 이은 것이다. 퉈자시는 중국기원 규정에 따라 우승 직후 9단에 올랐다.

 한편 LG배 결승전이 열린 서울대에서는 12일 만화 ‘미생-살아 있지 못한 자’의 작가 윤태호가 바둑 팬들과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다. 윤태호는 이 테마를 모티브로 샐러리맨의 삶을 웹툰으로 연재하기 시작했고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했다. 프로기사를 지망했다 실패한 주인공이 종합상사에 들어가 겪는 스토리는 바둑과 상관없는 일반 직장인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줬다. 윤태호는 바둑 실력이 10급에 불과하지만 오랜 취재를 통해 바둑을 삶 속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미생’은 책으로도 출판돼 이미 70만 부가 팔렸다.

 이날 콘서트에서 윤태호는 “잘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지만 잘 살기 어렵다. 욕심을 버리고 살기엔 너무 힘든 삶이라 우리에게 완생(完生)은 없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미생이라고 생각해 ‘미생’이란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이 ‘미생’의 의미에 다가가기 힘들다는 점을 알고 ‘살아 있지 못한 자’란 부제를 덧붙였다고 했다. 윤 작가는 ‘미생 2’를 기획 중이다. 이번엔 대기업 종합상사가 아닌 더 작은 회사의 이야기라고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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