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엘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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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겨울을 「동장군」이라고도 한다. 「모스크바」에 쳐들어갔던 「나폴레옹」의 혹한과 눈(적설)에 못 이겨 패배한 사실에서 유래한 말. 불어로는 「제너럴·이브르」라고 말한다.
이제 그 맹위의 동장군을 눈앞에 맞은 우리네 서민들은 마치 패전 병사와도 같은 심정이다. 동장군을 몰아낼 탄환이 떨어진 것이다. 당국은 곧 탄환이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후방에는 비축이 많이 있다는 격려의 말도 있다. 그 수송 능력도 충분하다고 「브리핑」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다.
설령 탄환이 도착해도 문제는 또 있다. 이번엔 그 성능을 믿을 수가 없다. 쏘아도 적중하질 않는다. 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춥고 긴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특별시의 총 가구 수는 1백15만 호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시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유류 난방 시설을 갖춘 가구는 약2만2천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비율은 2%도 안 된다. 1.9%남짓한 집들이 겨우 「주유 가구」이다. 나머지 98%는 「종탄 가구」이다. 서울 시민의 대부분은 「주유 종탄」의 시책과는 안 맞는 난방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서울특별시의 경우이다. 시골의 형편이 이보다 나을 만한 여건은 하나도 없다. 지방 가구들이 겪는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우선 이들은 산에서 나무를 긁어 땔 수도 없게 돼 있다. 「산림 녹화」 계획에 위해 그것은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
부득이 연탄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연탄은 수급이 순조롭지 못하다. 서울에서 구하기 어려운 연탄이 시골에 굴러다닐 리가 없다. 그것도 서울에서의 반출마저 가로막혀 있다.
이틈에 연탄 업자들은 마음놓고 저질탄을 공급하고 있다. 아낙네들이 부지깽이를 들고 아우성을 치는 심정은 이만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프랑스」왕 「루이」 16세의 비 「마리·앙톼네트」는 『배가 고프다』는 백성들의 아우성을 듣고 『빵 대신 과자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연탄 대신 석유를 때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는 그와 비슷하다.
연탄 파동의 연원은 그 가격 조정의 불합리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봄 탄광의 광부들은 상당수가 이직을 했었다. 그것은 보수가 만족치 못했기 때문이다. 업자들은 이들을 만족시켜 줄 만한 수지 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당국은 그렇다고 석탄가를 인상할 수도 없었다. 다른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계란과 닭』의 관계처럼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를 만큼 문제는 엉클어져 있다.
미국 경제학자 「J· K·갤브레이드」는 『가난의 원인은 무능한 경제정책에 있다』고 갈파했었다. 연탄 「엘레지」의 원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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