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학」 정립이 문단의 당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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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조연현)가 주최한 『조국과 문학』이라는 주제의 문학 「심포지엄」이 1백50여명의 문인이 참가한 가운데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속리산 관광「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주제 자체가 갖는 복합성과 광의성 때문에 이 「심포지엄」에서 명백한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참석 문인들은 한국적 현실과 그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 문학의 당면 과제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먼저 노산 이은상씨는 주제에 대한 특별 강연에서 『조국을 알게 하는 첩경은 말과 글』이라고 지적, 『따라서 시 소설 수필 희곡 속에서 조국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되며 사랑하게 된다』고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국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의기와 정열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가난한 조국을 만들 수 없고 부정·불의가 횡행하는 병든 조국을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이다.
시인 이원섭씨는 무거운 중량으로 덮쳐 오는 외래 문화로부터 자기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주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주체성의 강화를 위해서는 전통에서 오늘의 발판이 될 만한 어떤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가 유주현씨는 『정신면에서나 문화면에서 「자주의 미아」가 될 위협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민족 문학의 개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민족 문학의 정립을 위해서는 투철한 민족정신과 역사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유씨의 발언은 작가 임옥인씨의 『작가의 사회 참여가 절실하다』는 발언으로 더욱 구체화 됐다. 임씨는 『민족의 위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써서 그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참상을 고발하고 정신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후세에 제기하는 것이 민족 문학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작가의 위기 의식에 대해 언급한 시인 김종문씨는 『엄격히 말해서 현실에는 위기의 의식이 없고 작가의 외부로서의 현실과 그 내부로서의 비현실 사이의 갈등에 위기의 의식이 있다』고 지적, 『따라서 위기 의식을 철저히 지닌 작가일수록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이나 양식을 갖게 하는 문학 작품을 쓰지 않으며 또한 「이유 없는 반항」이나 「시대의 반영」으로서의 문학 작품도 쓰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위기를 의식시키며 인간의 내면적인 본질을 느끼게 하고 모든 합리주의적인 사상의 허위성을 의식시키며 인간 정신의 미래상을 느끼게 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내용의 김종문씨의 주제 발표는 작가가 현실에 어떻게 대처하며 그러한 자세가 실제로 어떻게 작품에 투영되는가 하는 작가 곽학송씨의 『한국의 특수성과 문학』, 작가 박경수씨의 『한국에 있어서의 농민문학』, 문학 평론가 김상일씨의 『현실 인식과 새 문학관』, 작가 유현종씨의 『국난 극복의 인간상을 어떻게 쓸 것인가』 등 주제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지적되었다.
질의에 나선 문인들은 『반공 문학이 현상 그대로의 기록을 우회할 경우 그 호소력은 있을 수 있는가』(소설가 전광용씨).
『민족 문학을 찾는 최대 공약수는 어떤 것인가』(시인 이정기씨), 『민족 문학이 정립되기 위해 민족적 열등의식이 해소돼야 한다는 그 열등 의식은 작가·작품·대중의 어느 쪽인가』(시인 범대정씨) 등의 질문 공세를 폈으나 주관적인 답변으로서 주제의 보편적 해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 폐막에 앞서 참가 문인들이 구속 문인(김지하·이호철·장백일씨 등)의 석방과 문예 중흥 정책에 문인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것 등 당면 문제들을 결의문으로 채택, 관계 당국에 건의한 것은 문인들의 공통된 의견이 종합된 것으로서 뜻을 지닌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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