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남매가 잡은「옆집의 도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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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린 두 남매의 기지로 옆집에 든 도둑을 잡게 했다.
슬기의 두 어린이는 이면정양(11·서울 남산국 4년·중구 남창동190)과 동생 재호 군(9·남산국 2년)남매.
11일 하오 6시쯤 이들 남매의 옆집인 남창동190의3 배순을씨(29·여)집에 20대 도둑이 들었다.
길가에서 놀다 이를 본 남매는 도둑이 안방에 있는「텔리비젼」을 마당으로 내려놓을 때까지도 TV고치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TV를 두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는 도둑보고는 부쩍 의심을 했다.
남매는『저 사람이 도둑임에 틀림없다』고 보고 재호 군이 경찰에 신고하기로 하고 면정 양은 경찰이 오기까지 도둑의 행방을 몰래 살폈다.
재호 군은 5백m나 떨어진 남대문경찰서 회화 파출소까지 단숨에 뛰어가『옆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했다.
재호 군이 경찰관과 함께 옆집에 왔을 때는 도둑은 더 훔칠 것이 없 자 17「인치」TV1대(싯가 11만원)를 어깨에 메고 3백m쯤 도망친 뒤였다.
그러나 면정 양의 감시는 소홀하지 않아 계속 도둑의 뒤를 5m간격을 두고 따랐다.
재호 군과 경찰관은 집 주위에서 면정 양을 찾기 시작, 5분만에 인근 쌀가게 앞에서 도둑의 뒤를 따르는 면정 양을 발견하고 7백m나 도둑을 뒤쫓아 회현동1가172 남산여관 막다른골목에서 도둑을 검거했다.
두 남매는 자신들의 기지로 도둑을 잡게 되자 두 손을 마주잡고 활짝 웃으며『어른들은 왜 나쁜 짓 인줄 알면서도 도둑질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남매를 장한 어린이로 표창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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