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모으는 9기 왕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9기 왕위 타이틀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오는 7일부터 시작될 왕위 하찬석 5단(26)과 도전자 김인 7단(31)과의 도전 5번 승부에 벌써부터 전국 바둑 팬들의 관심이 총집중 돼 있다.
군웅할거시대인 한국기계에서「왕위」와「국수」라는 굵직한 타이틀 두 개를 석권하고 있는 강자 하찬석과, 왕년에 조남철 아성 타도의 기수였고 전국시대 이전까지 독무대를 이뤘던 거장 김 인의 싸움은 아무래도 빅·게임에 명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올해부터 왕위상금이 5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누가 타이틀과 상금을 차지할 지 볼만한 싸움. 제l기부터 7기까지 7년간 연패해온 왕위를 단 한번 도전한 하 5단에게 빼앗겼던 김 7단이 와신상담 l년, 그 하 왕위에게 첫 번 째 리턴·매치를 갖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7인 리그에서 5승l패로 도전 권을 얻은 김 7단은『하 왕위하고 또 만났나? 지난번엔 좋은 바둑을 못 둬 한번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잘 됐군요』하며 은근히 칼을 갈고 있었다.
거북하게도 전 왕위의 도전을 받아 첫 번째 방어전을 갖게된 하 왕위는『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누가 도전하든지 상대에 대해서는 별로 의식하지 않아요. 열심히 둘 뿐입니다』하며 이미 칼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왕위전은 다른 타이틀 이전보다 인연이 깊어 아무태도 애착이 각별해요.』
7년「재위」에서 물러나 다시 도전하는 김7단은 기어코「왕위」를 빼앗고 말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연초에 하 5단에게 왕위를 잃고 조훈현 6단(당시 5단)에게 최고위를 빼앗겨 한 때 김 7단이 슬럼프인가 했더니 곧이어 그는 제l기 백남배 타이틀을 쟁취했고 최근까지 11연승의 기록도 세웠다.
하 왕위는 왕위·국수를 쟁취한 다음 제2기 백남배 전에서 승자 준결승에 올라있고 제1기 기왕전에서는 윤기현 7단과의 재 대국으로 준우승을 다투고 있다. 거기다 하 왕위는 지난 8월 한달 동안 합천 해인사에서 심신의 단련과 바둑공부를 해서 이번 방어전에 임하고 있다.
지난 도전 기 이후 올해 두 기사의 각각 공식 시합전적은 하 왕위가 20전16승4패로 승률80%, 김 7단은 22전l7승5패로 승율 77·3%, 모두 한국 기원 66명 기사 중 첫째 둘째 꼽히는 좋은 성적이다.
이중 하 왕위와 김 7단이 직접 부딪친 것은 단 한번. 지난봄의 승 단 대회에서였는데 이때는 하 5단이 졌다. 그래서 김 7단은 6전 전승, 하 5단은 6전5승1패를 기록했던 것.
그러나 지금까지 하 왕위와 김 7단이 싸운 전적은 하 왕위가 5승2패로 우세하다. 즉 72년 두 번 두어 이겼고 지난번 도전 기에서 3승1패, 승 단 전에 한번 졌다.
하여든 하 왕위 김 7단의 싸움은 팬들의 흥미를 끄는 빅·게임이다. 두 기사 다 한국기계의 강자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일본서 본격적 수업을 한 정통파며 프로로서 승부에 임하는 자세가 흩어짐이 없다.
게다가 두 기사의 기풍은 퍽 대조적이다. 김 7단의 기풍은 세력위주다. 아마추어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바둑용어로 두터운 바둑이라고 부른다. 먼저 세력을 쌓아놓고 중반이후에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하 왕위는 실리주의를 취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여러 가지 포석을 연구하고 시도해봤지만 승부에 신경을 쓰다보니 근래에 와서 실리위주로 전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