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중학 때 기록 안 나오면 화장실 들어가 대성통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상화는 압도적이었다.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성과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뿐만이 아니다. 목표를 향해 수도사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어가는 삶의 태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까지 그렇다. 어린 시절 그를 지도하고 지켜본 은사들부터 최근 파격 화보를 촬영한 기자까지, 그리고 태릉선수촌 경비까지 모두 이상화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인들을 만나 ‘이상화란 누구인가’를 물었다.

스케이트 안 탔으면 서울대 갔을 수도

김한기 은석초 교장(초등학교 당시 체육교사)

상화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다. 스케이트 선수가 안 됐다면 서울대를 갔을 수도 있다. ‘올 수’를 맞은 적도 있다. 다재다능했다. 상화 집에 피아노가 없었는데, 혼자 피나게 연습해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다. 입상을 하니 상화 아버지가 피아노를 사줬다. 그만큼 영리하고, 욕심 많은 선수다.

수업 안 빠지는 운동선수, 중3 땐 개근

이기웅 휘경여중 교감(중학교 당시 체육교사)

운동선수임에도 결석이 거의 없었다. 체육 특기생 면접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출결이다. 상화는 일반 학생들처럼 수업을 빠지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개근이었다.

그 욕심이 지금의 상화 만들어

전풍성 스케이트 코치(초등 4학년부터 중 3까지 지도)

상화가 중학교 시절 국제 친선전에서 2등을 했다. 근데 시상식에 나오지 않고 구석에 숨어 울고 있었다. ‘1등을 못 해서가 아니라 목표로 했던 기록이 안 나왔어요’라며 대성통곡했다. 라커 룸에서 울다가 분에 못 이겨 화장실 가서 또 울더라. 그만큼 욕심 많은 선수였다. 그게 지금의 이상화를 만들었다.

100m 달리기에 최적화된 흑인 비슷

김진섭 감독(대표팀 상비군 감독)

상화가 한국체대 1학년 때 조교였고, 대표팀에서도 코치로 인연을 맺었다. 상화는 타고난 스케이터다. 허벅지는 스쿼트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만든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순발력 등을 타고났다. 육상으로 비교하자면 100m 달리기에 최적화된 흑인과 비슷하다.

“자랑스런 허벅지” 여배우보다 과감

최태형 에스콰이어 기자(화보 촬영 담당)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보고 어색해했지만, 금방 포즈에 몰입하는 등 자신감이 넘쳤다. 웬만한 끼 없는 여자 배우보다 촬영이 수월했다. 흰 셔츠만 걸친 채 허벅지를 과감하게 드러낸 하의 실종 화보 촬영을 앞두고는 ‘여배우들처럼 예쁘게 안 나오면 어쩌지’라고 고민하더라.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해서 만든 자랑스러운 허벅지다’며 흔쾌히 촬영에 임했다.

밴쿠버 금 따고 하트 사인해 줘

강진성(태릉선수촌 경비)

급하게 오가느라 인사도 못 하고 들어가는 선수들도 있는데, 이상화는 늘 인사성이 바르고 예의가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에도 사인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해줬다. 하트가 그려진 사인이었다. 딸 같은 선수다. 올림픽 일정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지금이 11년 동안 본 모습 중 최고

이규혁(이상화의 롤 모델)

상화는 이제 나보다 더 잘 탄다. 최근 스케이팅 동작은 11년 동안 본 모습 중 최고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훌륭하다. (이상화의 라이벌 예니 볼프(독일·35)는 “이상화는 10살 어리지만 존경한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