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에 난데없는 일 여가수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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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전 충무로2가 S다방이었읍니다.
퇴근길에 다방에 들러 차를 한잔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난데없이 일본 여자가수의 노래가 다방 안에 쩡쩡 울려 퍼졌습니다. 간드러진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 음을 느꼈습니다.「뮤직·박스」쪽을 보니 그 속에 젊은 청년 한사람이 태연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차를 날라 온 아가씨에게 그 곡을 멈추도록 요구했더니 그 아가씨는 자기 할 일을 다 끝낸 다음 마지못한 표정으로 그 쪽으로 갔습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래는 여전히 흘러 나왔습니다. 2절까지 모두 들려주고 다른 노래로 바꿨읍니다.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왜곡을 마음대로 틀어 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남이야 싫든 말든 자기 다방 안에 온 손님은 자기 취향대로 갖고 놀아도 좋다는 듯한 사고방식이 더욱 얄미웠습니다. 듣기 싫어도 들으라는 강요로밖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읍니다 각성을 바랍니다. (동아제약광고과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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