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한국신화와 동북아 무교문학」연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강대 김열규 교수(국문학)는 이 여름 「샤머니즘」연구로 더위를 잊고 있다. 단순히 현상학적인 조사가 아니라 동북아「샤머니즘」과의 상호관계를 규명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그의 연구「테마」는 「한국신화 및 서사문학과 동북아 무교 서사문학의 관계」.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지난해 미「하버드」대에 1년간 객원교수로 가있을 때부터 시작했다. 장서 6백만 권의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모두 복사해 지난 6월 귀국하고부터 시작한 자료정리에만 이번 여름이 꼬박 걸리겠다고-.
『우리 나라 신화의 본체를 살피자면 먼저 동북아「샤머니즘」문학과의 연관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 나라 신화는 왕권을 합리화하는 신화로 변형됐지만 그 속에 「샤머니즘」적 요소는 그대로 있으며 그 원천을 캐자는 것입니다』
그의 연구는 동배아를 중심으로 한 무교의 발생학적 관계부터 규명한다.「수메리안」「바빌로니안」및 「이라니안」신화 등과의 유대를 고려하면서 동북아「샤머니즘」의 상호관계를 보면 북극권 문화대와 또는 서쪽의 「라프」에서 북미「인디언」까지의 아북극권 문화대에 있어서 민속학적 공질성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종래의 연구에서는 「샤머니즘」의 개별적 사실만이 연구되었다고 말하는 그는 무교는 종교·주술·신화의 복합체로서 봐야하며 모든 제의·주술·무구·의상·전설·신화 등을 총괄하고 있는 원리가 바로 무교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무교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의 서사문학은 구조나 양식면에서 서로 공통점을 갖는다고 그는 말한다. 초자연적 힘을 가진 영웅이 지하나 하늘세계에 가서 영적인 지혜와 힘을 빌어와 지배자가 되고 통치자가 된다는 구성상의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 양식에 있어서도 에누리없이 작품의 주인공과 노래하는 무당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무당이 1인칭으로 주체화하고 주관화했다. 이러한 서사무가는 운문으로 된 부분과 산문으로 된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노래는 대화부분, 산문은 도입부·접속부·장면전환 등에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양식은 우리 나라뿐 아니라 동북아의 서사무가가 다 마찬가지며 우리 나라의 판소리도 같은 양식이라는 것이다.
「샤머니즘」의 원형이 서정문학 전반에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나를 규명할 김 교수는 이번의 연구가 연역적이 아닌 귀납적인 연구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가을학기부터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가면서 연구를 보충, 내년부터 집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하는 그는 역촌동 산기슭 널따란 정원이 시원히 내려다보이는 2층 서재에서 밀린 자료정리에 한창이다.
8월 들어 경남 사천군 유동면 가산리 오광대놀이 민속조사를 다녀오는 등 최근 들어 국문학자면서 민속학연구에 더 열을 쏟아 보이는 김 교수는 중세까지의 국문학은 민속문화의 전통 속에서 싹텄기 때문에 한국문학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민속학에 관심을 갖게된다고 말하고 민속학을 위한 민속학연구가 아니고 국문학을 위한 민속학연구라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