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대포일발 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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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의 '홈런시범'이 시작됐다.

이승엽은 19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시범경기 3차전에서 시범경기 첫 홈런을 때려내 통산 다섯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정조준했다. 앞선 두 경기 10타석에서 홈런은 커녕 단 한 개의 안타만을 기록했던 이승엽은 2-5로 뒤진 3회말 무사 1.3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등장, LG의 선발후보 좌완 서승화를 상대로 3점홈런을 때려냈다.

볼카운트 0-1에서 서승화가 던진 시속 1백20㎞의 커브가 가운데 약간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을 이승엽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받아쳤다. 맞는 순간 커다란 포물선이 아니라 빨랫줄 처럼 직선타구로 담장을 넘어가는 깔끔한 홈런이었다.

1997년 첫 홈런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승엽은 99년 54개의 홈런으로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웠고, 2001·2002년 홈런왕 타이틀을 2연패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이승엽으로서는 국내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르는 올해 홈런왕 타이틀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 12일 2개월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뒤 아직도 시차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일찍 잠들고 새벽에 깨는 것이 반복돼 아직 정상 컨디션이라고 할 수 없다. 서서히 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여섯 개의 홈런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LG가 14-8로 이겼다. LG 안병원은 5회말 세 명의 타자에게 연속으로 몸맞는 공을 던져 프로야구 최초로 '시범경기 퇴장선수'가 됐다.

삼성 선발 임창용은 LG의 마르티네즈·박용택에게 홈런을 맞는 등 3이닝 동안 6안타·5실점, 에이스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했다.

기대에 못미친 것은 수원구장에 등판한 연봉 5억원의 정민태(현대)도 마찬가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2년간 몸담았다 지난해 말 국내로 돌아온 정민태는 두산 타선을 상대로 3과3분의2이닝 동안 7안타·5실점했다. 경기는 현대가 11-5로 이겼다.

탄탄해진 마운드를 뽐내고 있는 SK는 대전에서 한화를 3-0으로 제압, 시범경기 두번째 팀 완봉승을 거두며 3연승을 기록했다. 사직에서는 기아가 롯데에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대구=이태일 기자, 사직=김종문 기자, 대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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