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 수매가격의 이원화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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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며칠 전 농수산부는 올해 추곡수매의 시기와 가격을 이원화할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추수기에 수매자금이 집중적으로 방출됨으로써 통화관리에 이상이 생기고 또 물가에 자극을 주어오던 문제점은 그 동안에도 여러모로 검토되어 왔다. 또 양곡보관창고의 부족 때문에 정부 수매량을 적정선까지 확대시키지 못함으로써 양정 운영에 지장이 있는 사실도 그 동안 여러 번 지적되어 온 터라 하겠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제기된 것이 바로 수매시기를 이원화하자는 방안이다.
수매시기를 가을과 다음해 봄으로 나누어 수매 가격을 적절히 사정해 준다면 통화량의 일시적 증발을 분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보관창고 부족을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형식논리상으로는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제도라고 일단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할 것이다.
첫째, 수매 가격이 적정수준으로 책정됨으로써 강제가 따르지 않고서도 수매계획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이 제도는 실질적으로 의미를 갖게 된다. 만일 종전처럼 미상을 통제함으로써 통제가격과 시장 실제가격이 이원화되는 경우가 앞으로도 불가피하다면 공정금리에 보관료를 가산해 보았댔자 미가 상승기인 다음해 봄의 시장시세와 수매가격이 접근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시세가 맞지 않을 것이 처음부터 뻔하다면 수매가격의 이원화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간 양곡 수급전망에 부합하는 가을 수매가격이 책정되지 않는 한 이 제도도 형식이야 어떻든 그 내용의 알맹이가 없게 될 것이다.
둘째, 공정금리에 보관료를 가산해서 봄 수매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미곡 보관에 따른 부대비용만이 미상의 계절변동요인이라는 가정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미곡가의 계절변동폭이 그러한 가정을 합리화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도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양곡 수급전망이 빠듯한 근자의 경우에는 실질 미가 변동폭과 공금리 수준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미가의 계절변동폭이 연간으로 보아 공금리 수준 범위 안에서 안정할 수 있는 양곡수급계획이 전제되어야만 수매 가격의 이원화는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절대 양곡수급의 균형과 곡종 간의 균형이 동시에 보장되어야만 추곡가격의 안정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총량 면에서 수급이 맞떨어져도 곡종 간의 수급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결국 정책목표가격과 실제시세는 괴리되게 마련이다. 일단 수급 불균형이 야기되면 가격통제가 불가피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수매 가격 책정은 정책적으로 무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추곡 수매 가격의 이원화방침을 실천하기 전에 물량수급의 균형을 전제로 한 가격통제의 해제를 예상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통제를 전제로 할 것인지를 가름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양곡 가격정책의 근거가 없어져는 것임을 깊이 배려하기 바란다.
요컨대 추곡 수매 가격의 이원화문제는 양정의 기본이 확실해져야만 비로소 검토의 여지가 있게 될 것이다. 이 점 충분히 연구해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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