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경지 대표단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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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9월l일부터 「테헤란」에서 열릴 제7회 「아시아」경기대회를 3주일 앞두고 9일 결단식을 올린 한국선수단에 온 국민의 이름으로 성원을 보낸다.
금년 1월 중순 아직 흰눈이 덮여 있던 태릉선수촌에 입촌하여 7개월간의 강화훈련을 계속해온 선수들에게는 그동안 각계에서 3천만원의 성금이 답지하는 등 수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손수 키운 닭에서 계란을 받아 싸들고 오는 독지가로부터 「필승」이라는 두 글자만을 편지에 적어 보낸 촌로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이름없는 국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태릉선수촌에 쏠렸다는 사실은 이번 「테헤란」대회가 종전의 「아시아」경기대회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무거운 짐을 선수들의 어깨에 얹어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사실 개막을 20일 앞으로 둔 제7회 「아시아」대회는 우리 나라와 우리나라에 「스포츠」계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미에서 만만치 않은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테헤란」대회에는 8억의 인구를 안은 중공이 처음으로 참가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20억「아시아」인의 대회가 되어, 지역별 경기대회로서는 최대의 대회가 되겠다는 사실을 들지 않을 수 없다. 14개 종목에 2백74명의 선수를 내보내는 중공 「스포츠」의 실력이 어떠한 정도인지는 아직 미지수이기는 하나 그들과의 대결이 결코 손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뿐더러 지난 가을의 석유파동 이후 국력과 국제적 지위의 급격한 향상을 배경으로 하고있는 이른바 「중동세」 또한 「테헤란」의 대결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서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회의 주최국인 「이란」은 한국의 가장 두려운 강적으로서 자웅을 다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테헤란」에서 가장 큰 우리의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중공과 함께 처음으로 아주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과의 대결이다.
북한이 종합 국제경기대회에 참가하여 우리와 겨루기는 64년의 「인스브루크」동기오륜과 72년의 「삽보로」「뮌헨·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가 된다. 비록 그들의 국제대회에의 참가횟수는 많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포츠」를 점차적인 대외 선전활동의 유효한 수단으로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는 북한의 전력은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최근 남북관계에 상서롭지 못한 긴강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정세를 고려하더라도 「테헤란」에서의 남북한의 「스포츠」대결은 더욱 치열한 것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한국선수단은 5회와 6회 때에 종합전적 2위를 차지했다는 영예의 무거운 짐을 지고 출전하는 것이다.
전국민이 한결같이 성원과 격려로써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그들을 지원하고 있는 소리이다. 대표선수 한사람 한사람이 필승의 투지로 경기장에 임하여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 결투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는 바이다.
그러나 승부는 경기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경기장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사회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달리하는 나라의 대표들이 이같은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그들 참가선수의 일거일동에 의해서 그들을 내보낸 조국의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기장안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의 한국선수들의 행동은 곧 북한과의 대비 위에서 오늘의 한국의 「이미지」를 심게 될 것이다.
경기의 승패에 못지 않게 이점에도 유의하여 대표단 한사람 한사람이 정대한 「스포츠맨쉽」과 대 국민다운 자중으로 출전하여 개선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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