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문명은 끝장나고 있다-뉴스위크지 문명비평가 「앙드레·말로」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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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세기의 위대한 작가이며 「드골」시대에 10년 동안 문화상을 지낸 문명비평가 「앙드레·말로」가 「프랑스」정치의 앞날, 「유럽」통일의 전망, 인류문화의 장래 등에 관해 광범한 회견을 「뉴스위크」지와 가졌다. 인류문화의 위기에 관한 부분만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문=실존주의와 구조주의가 전후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두 주의를 계승할 새로운 주의는 어떤 것일까?
-나는 구조주의나 실존주의는 이제 종막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나와 전 세대에선 「베르그송」보다는 어떤 철학적 주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프로이트」나 「마르크스」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50년 후에도 실존주의 같은 철학적 어떤 주의보다는 인간이 발견한 막대한 과학지식이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2차 대전 발발로부터 지금까지 사이에 배운 생물학의 지식이 과거 전 인류사에서 배운 것보다도 더 많다. 우리는 이제 옛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어느날 「아인슈타인」과「볼테르」가 다시 살아나 대화를 나눴다고 가정하자. 「아인슈타인」은 「볼테르」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볼테르」는 20세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볼테르」가 성「오귀스틴」과 만나 대화를 나눠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여러가지 과학적 발견이 인간의 관념을 변화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어떤 주의가 또 다른 주의를 계승한다고 믿지 않는다. 미래의 막대한 지식의 총화가 현재의 지식의 총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가장 큰 두가지 상황이 상대성이론과 심리분석학이다. 이 두가지는 「독트린」(주의)과 연결되는 사상의 총화이다.「마르크스」주의도 실존주의 같은 하나의 주의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실존주의가 사상에 관련되는데 반해서 「마르크시즘」은 경제학분야만을 다루었다는데 차이가 있다.
문=현재 우리는 어떤 국제적인 문화의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믿는가?
-아니다. 「르네상스」는 어떤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되어야 하는데 현재 그러한 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위대한 발견의 철학에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인류의 발전이 명백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
현 문화의 비극은 신이 없다는데 있다.
19세기에는 과학이 최근의 가치였고 우상의 대상이었다. 과학은 실로 위대하고 굉장한 발전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형이상학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였다.
과학이 목적을 달성하면 인간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었으나 그렇지 못한데 과학의 약점이 있다. 우리는 인간의 자신에 대한 관계는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인간형성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의 인간의 과제는 과학이 성취 못한 인간형성의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과학적인 방법에 대해서 반항하고 청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간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한 문화적 「르네상스」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문=최근작 『흑요석의 두상』에서 귀하는 서구문명은 끝장이 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문화의 장래는?
-끝장이 나고 있는 것은 서구문화뿐만 아니라 기계문명인 것이다. 현재는 기계가 세계의 주인이다. 「제너럴·모터즈」사는 기계로써 막대한 돈을 번다.
벌어들인 돈은 다시 더 많은 기계를 만들거나 은행에 투자된다. 그런데 은행은 다시 기계에다 돈을 투자한다. 다시 말하면 일단 기계의 위력구조를 갖게 되면 비단 공산주의 하에서라도 모든 투자는 기계로 쏠리게 된다. 그래서 인간과 기계사이에 투쟁이 벌어진다. 「나폴레옹」과 함께 시작된 기계문명은 분명히 위기에 처해 있다는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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