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의길|이서옹(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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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인전허하고 만인전실이라, 역대불조 심단법하니 사해종자진종풍이니라. 대중은 원지낙처마아 야야미지면 위제인 염출하리라 회국무정난지검이나 사해연위하고 문무백재지도나 전가고경이니라.
『한 사람은 허위를 전하고 만인은 진실을 전함이라, 역대불조를 깊이 묻어 버리니 사해에 이로 쫓아 종풍을 떨침이로다. 대중은 낙처를 아느냐? 만일 알지 못할진대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말하리라. 나라에는 난을 평정하는 칼이 없으나 사해는 편안하고 문에는 소재의 표적이 없으나 온 집안이 길경하도다.』
오늘날 세계인류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물질문명은 고도로 발달하여 비록 우리의 생활을 무한히 편리하게 하고는 있으나 인간의 근본원리를 망각하고 과학일변도로 발달한 기계문명은 인간소외 내지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말살해 가고있다.
결국 인간의 주체성을 상실한 물질문명의 발달로 전세계는 혼란과 타락의 풍조가 범람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근본바탕에는 시비가 없고 선악도 없으며 중생과 부처도 없고 생사도 없으며 실로 세계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서 다시 적극적으로 일체만물을 형성하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주체성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절대평등의 본래 면목이다. 그리고 소아를 버리고 일체에 걸림없이 자유자재한 진아를 깨닫는 것이 조계종의 종지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인은 시대의 선각자가 되어야 하고 현대인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이며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참(진)사람이 되어야 한다 .현대는 우리에게 종교적 실천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종교적 실천 그것은 참사람을 바탕으로 한 자비화합의 행동이다.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세계의 평화는 건설되고 인류의 행복이 실현되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과거1천6백년간 이 나라 이 민족의 근본사상이 되어 찬란한 문화를 창조했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인류의 마음속 깊이 심어 놓았다.
본래 인간은 무한히 자기부정을 하고 무한히 자기실현을 하며 자기창조를 한다. 이 무한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 참사람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욕망의 노예가 되어 과학문명을 악용하게 될 때 세계는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인류는 절망과 공포에서 허덕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은 인간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각성할 시대이다. 그러므로 근원적 주체성을 확립시켜 현대를 구제할 수 있는 종교는 오직 불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8백만 불자에게 부여된 과제는 너무나 크고 무거운 것이다 .종단적으로는 일사불란한 단합과 국가적으로는 조국통일의 대업완수, 나아가 세계평화의 불국토 건설이 우리의 지상명제로 되어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서있는 우리는 호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본래 면목인 참사람 입장에서 종단의 중흥불사와 새 역사창조에 다같이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모든 불자와 전세계인류에게 부처님의 가호가 항상 충만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필경에 여하시무위패인인고, 사자굴중에 무리수하고 상왕항처 절고종이르라.
『필경에 어떠한 것이 차별 없는 참사람인고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큰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자취 끊어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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