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공장서 내뿜는 「알칼리」성 증기|악취…닿으면 피부 조 직파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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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합성세제와 비누를 만드는 유지 제조 공장에서 내뿜는 화학성 증기가 주민들의 건강과 농작물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진정하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 3동 1의 82 무궁화 유지 공업사 부근 은 공장에서 나오는 뿌연 증기로 악취가 심할 뿐 아니라 2백m 이내의 농작물이 말라죽고 주민들은 눈이 쓰라리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지난 5일 상오에는 공장에서 내뿜은 뿌연 증기가 때마침 불던 바람을 타고 전농 3동 주택가와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을 내리 덮어 주민들은 구토증을 일으키고 눈이 따가와 눈물을 흘리는 곤욕을 치렀다는 것.
부근 밭 3천7백평에 달랑 무우·배추를 심었던 김완식씨 (34·관악구 신림동 13의 1)는 채소의 제값을 받지 못해 40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밭에서 하루 8백원을 받고 채소를 뽑아 주던 김순예 여인 (44·동대문구 면목 2동 18통7반)은 잎에 있는 흰 가루를 털어 내느라고 약 기운에 손가락이 닳아 쓰라리고 손등이 부어 올라 10일 하룻동안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고약을 사다 치료하기도 했다.
작물 주인 김씨 등이 피해 보상을 요구하자 회사측은 『우리의 과실이라는 확증이 있기 전에는 보상할 수 없다』고 버텨 그 입증 방법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영세 농민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공장 앞 개천은 합성세제를 만들 때 유출되는 찌꺼기가 앙금으로 쌓여 있어 기포가 항상 부글거리고 악취가 심하다.
주민 정순천씨 (57)는 평소에도 냄새가 나지만 1주일에 한번쯤은 허연 증기와 함께 악취가 지독해 속이 메슥메슥하고 눈이 따가와 뜰 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대 이기령 교수 (생화학)는 비누의 성분인 「알칼리」가 식물이나 인체의 점막에 침투되면 조직이 파괴된다고 했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문식 교수도 『합성세제의 오염은 전세계의 두통거리로 물 속에서 산소의 이동을 방해해 오염 물질의 분해를 막아 수질 오염의 농도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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