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 연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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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복더위 속에 일어난 연탄파동은 겨울철 연탄파동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정책이라고 한다. 당국은 비수요기인 여름철인데도 연탄가수요가 성수기인 겨울철과 마찬가지로 늘어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연탄공급 부족으로 영세민들이 한겨울에 연탄을 재대로 구할 수 없겠기 때문에 부득이 취해진 조처라는 것이다.
장 상공은 석탄생산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부터 사용량을 줄이자는 것이라 하면서, 40평 이상의 가옥소유자는 영세시민을 위하여 연탄사용을 양보하고 석유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정책당국의 이 같은 호소의 솔직성을 인정하고 우선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석유를 소비하더라도 크게 가계에 압박을 받지 않을 고소득층은 영세민을 위하여 석유를 소비하는 것이 곤경을 당했을 때의 국민적 미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세 어업자나 요식업소·여관 등에 졸지에 연탄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이들의 최저생활에 지장을 주어서도 안될 것은 물론이다. 군산 어협의 경우 연탄배급제로 연탄을 구할 수 없어「개스」등을 사용할 경우 연료비는 3배에 달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영세요식업소의 경우에도 연료비가 막대하게 돌게 되므로 음식값을 올리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또 작년의 당국 권장에 따라 연탄「보일러」를 설치한 20평 정도의 가정용 난방에 대해서도 일체 연탄 사용을 금지케 한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싶다.
정부는 67년도에 주유종탄 정책을 펴 석유연소기구를 면세 도입하였으며 석유도 싸게 공급하여 석유소비를 적극 권장하였다. 그러던 차 작년에는 석유파동이 일자 기름 배급제를 실시하고 소비억제책으로 가격까지 대폭 인상하였다. 이제 석유공급이 늘 기미가 보이자 다시 석유소비를 권장하고 연탄소비를 억제하게 되었다.
이러한 갈팡질팡은 그런 대로 마지못할 사정의 반영이라고 굳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책의 변경에 따라 국민이 보는 피해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대책도 없이 일방적·일률적인 행정명령을 발하고 마는데 대해 국민의 불만이 있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석탄생산이란 본래 노임이 싼 나라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해외선진국과 같이 노임이 높아지면 석탄생산은 영영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석탄매장량은 가능한 한 빨리 발굴해내야 한다. 그런데도 종래 우리는 섣불리 주유종탄이라 하여 석탄광산을 등한시해왔기 때문에 탄광노무자들이 이직하고 시설·장비 등이 낡아 이제 아무리 독려해보아도 본격적 채탄은 어렵게 되어 덕대 하청에 의존, 가채율의 40%밖에 캐내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주탄종유정책을 채용한 뒤 탄값이 올라 생산의욕은 높아졌으나 계획량의 10%내지 30%가 미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탄광에 대해 철저한 보조정책을 써서 가채율을 최대한으로 올리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주유종탄정책은 산업적인 면에서 볼 때 이로운 것도 있으나 국민 경제적인 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것은 못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석유소비를 더욱 권장하려면 합리적인 가격부터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경유한「드럼」이 1만3천여원이나 하고 있는데 20평짜리 집을 난방하기 위하여서는 한달에 최소한 3「드럼」이 들어 월 연료비만도 4만5천원이 들게 마련이다.
20평 건평을 가진 가정에서 월 4만여원이란 돈은 너무나 과중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월2「드럼」정도까지는 석유도 배급제로 하되 가격을 반정도로 내리고 그 이상의 소비량은 현재대로 비싼 가격을 받도록 하여 석유소비절약도 꾀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20평 정도의 가정용 연탄「보일러」도 사용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일선 행정당국은 연탄배급을 에워싸고 이미 일어나고 있는 번잡한 절차와 부작용들을 성수기 이전에 시정하는데도 최선을 다하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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