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야스쿠니 참배한 대만 정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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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양수 특파원

쑤진창(蘇進强) 대만단결연맹(대단련) 주석이 지난 4일 방일 대표단을 이끌고 도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우익세력이 일장기를 흔들면서 환영했다. 대단련은 '대만 독립론'을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정당이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지도 아래 입법원(전체 225석)에서 12석을 갖고 있다. 민진당과 함께 범여권의 한 축이다.

그의 행동에 중화권이 발칵 뒤집혔다. 그가 타이베이로 돌아온 지난 5일 밤 중정(中正)공항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대만을 팔아먹은 매국노" "일본의 앞잡이"라는 구호가 물결쳤다. 야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인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 시장은 "대단련은 미쳤다"고 비난했다. 민진당마저 "참배의 목적.동기.대상이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특히 대만 원주민들의 항의는 격렬했다. 일제는 1872년 대만을 침공했다. 1895년 청.일전쟁 뒤 대만을 식민지로 만들어 악랄하게 통치했다. 저항하면 '삼광(三光) 정책'으로 길들였다.

'죽여 없애고, 약탈해 없애고, 태워 없애' 항일의 싹을 잘랐다. 남자는 징병.징용으로, 여자는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종군위안부 출신의 노파는 "대만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라고 울먹였다. 중국의 대만 판공실은 "중화 민족의 쓰레기"라고 규정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쑤 주석은 "야스쿠니에 안치된 대만인의 영혼을 위로하려 했다"고 변명했다. 그곳엔 일제에 징병당해 전사한 대만인 2만8000명의 위패가 있다. 그러나 대만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단련은 중국과 일본을 똑같이 '외국'으로 간주한다. 중국의 무력 위협에 맞서려면 일본과 손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다 보니 야스쿠니 참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치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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