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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손잡는 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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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인기
KAIST 초빙교수

지난해 4월 중국은 미국 케리 국무장관과 HFC(탄소·불소·수소의 악성화합물) 배출 감축을 위해 합동연구팀을 만들어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9월 G20 정상회의에선 미·중 양국이 기후변화 대책에 같은 입장이라고 천명했다. 종래 서방 측의 방안에 반대해온 중국이 G2국가(탄소 과다 배출의 1위: 중국, 2위: 미국)답게 탄소배출 감소와 기후변화 대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중국은 내부적으로도 ‘공해정화 10개 대책’과 매연가스 감축 의무화, 대체에너지 사용 확대 정책 등을 발표해 다각적인 공해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 무엇일까. 첫째, 인민의 건강이 악화되는 내부 사정 때문이다. 중국에는 최근 탄소배출과 인간수명 단축에 대한 충격적이고 실증적인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사회과학원의 ‘화이(Huai)강 지역 주민의 건강과 평균수명, 유해성 매연과의 상관관계’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중앙부를 관통하는 화이 강의 남·북을 비교한 결과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북부지역 주민의 수명이 남부보다 평균 ‘5년 반’이나 짧았다”며 “이는 북부지역에 수년간 겨울 난방용으로 무상으로 공급한 석탄에서 배출된 유해성 매연(Toxic Smog)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로 인해 인민의 저항과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정권적 차원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둘째, 중국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시노팩, 페트로차이나와 CNOOC의 3대 국유 정유사를 동원해 해외 자원에 약 3000억 달러의 직접투자를 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에 따라 중국은 석탄에서 석유 쪽으로 에너지정책의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덩달아 중국이 그린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동조할 여력이 생겼다. 매켄지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 에너지의 79%를 석탄에 의존했지만 2030년에는 그 비중이 30%로 낮아질 전망이다. 대신 셰일가스 비중은 1%에서 13%로 올라간다. 이미 중국은 막대한 매장량의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미국 기업들과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신기술 도입에 필요한 미국 정부의 허가를 얻기 위해 미국의 공해대책에 동조하는 ‘러브콜’을 보내는 셈이다.

 셋째, 미국 기업들도 이제 오바마 정부의 탄소세 부과를 기정사실로 보고, 이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엑손모빌·셰브론·BP·셸 등 석유메이저와 GE·마이크로소프트·듀폰·월마트·구글 등 29개의 대형 업체들은 그동안 공화당의 ‘탄소세 부과 반대’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2013년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이를 강행할 기미를 보이자 더 이상 기대를 접었다. 미국은 탄소세 부과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 배출량의 17% 감축, 2050년에는 80%까지 감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미 기업들은 이제 탄소세 부과를 새로운 미래 성장전략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예컨대 셰일가스와 관련된 프로젝트 투자, 장비 판매는 물론 저공해 자동차와 부품 등을 선점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변화는 우리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석탄 비중을 낮추면 한반도에 날아오는 매연과 미세먼지가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아마도 중국은 로비력을 총동원해 미국의 셰일가스 기술 도입에 매달릴 것이고, 미국 기업들은 이를 통해 중국에서 새롭고 혁명적인 비즈니스를 찾으려 할 것이다. 이런 중국의 새로운 에너지 시장에 우리 기업들도 단단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래저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와 중국의 관계다.

홍인기 KAI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