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내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교 조계종은 16일 종정이 사임했기 때문에 종정 없이 오늘 18일부터 제35회 종회를 열게 되었다. 이번 종회에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현 집행부와 종권 수호회 등 재야 세력과의 대결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학교 재단 분규와 불국사 주지 임명 문제를 계기로 불붙기 시작한 조계종 내부의 싸움은 그것이 종교 교리 문제 때문이 아니고 주로 이권 문제에 얽힌 분규라고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갈이 불교는 삼국시대와 고려조에 국교로 인정되었다가 조선조에 와서 탄압을 받아 산중에 은둔 칩거하기는 했으나 오늘날에 있어서도 공칭 8백만명의 신도를 가진 한국 최대의 종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가 신도들의 종교적 일체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분파 작용과 이권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현재 한국에는 조계종을 비롯하여 17개 분파의 불교가 있으나 사찰수, 신도수 할 것 없이 조계종이 한국 불교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러한 조계종이 대처·비구 문제로 내분을 거듭하여 신도와 국민들의 불신을 사게 했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불교 종단의 내분은 급기야 재산 싸움으로까지 번져 비구와 대처간의 알력으로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만도 70여건에 그 소가만도 몇 십억원이 되었으며, 변호사 비용으로 탕진한 교단 재산만도 수십억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재산 싸움 끝에 드디어 대처측이 70년 5월 태고종으로 분파하여 불교 조계종은 단일화되는 듯 하였다. 그런데도 태고종이 독립된 뒤의 조계종은 총무원 집행부의 구성 문제와 동국대학교 재단 분규 등이 계속 잇따랐다.
동국 학원 재단은 46년에 학교법인으로 만들어져 불교계의 중앙 교육 기관으로 동국 대학을 만들어 참신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단 기금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총무원 측이 오히려 재단 돈을 가져다 썼을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었다. 또 총무원의 재정 사정이 좋지 못하여 불국사에서 나오는 돈으로 재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불국사를 중앙에서 접수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모든 사정은 불교 재단이 재산 관리조차 옳게 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같은 종교이면서도 「가톨릭」교회 같은 데서는 종교 경영학까지 연구하여 종교 재산을 깍드시 관리하고 증식하고 있는데도 불교측은 재산을 팔아먹기만 하고 늘리기는커녕 축만 내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신도들이나 학생들에게서 받아들인 재산을 소비만 하고 있는 이 현실은 자연히 타율적인 규제를 초래하고 말았다. 불교 재산 관리법은 그것이 정교 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불교 재단의 재산 관리 능력이 미흡했기 때문에 국가의 후견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동국 학원 재단 분규만 해도 그렇다. 종립 학원의 자주성조차 발휘하지 못하고 이사장 선임 문제 하나 때문에 무고·사문서 위조 행사라는 불미한 일을 일삼고, 급기야 관선 이사를 선출하게 되었고 비신도 총장을 맞게 되었다.
불교 조계종 종회는 분쟁만 일삼고 있다는 인상을 불식하기 위하여 일치 단결하여 불교 조계종 중흥의 계기가 되도록 합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본 난은 과거에도 불교 재산 관리 체제와 불교 포교 체제의 분립을 요구했고, 재산 관리 체제에 현대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하도록 요망한바 있다. 불교 조계종은 이번 기회에 종정을 중심으로 한 포교 체제와 현대적인 경영 관리 체제를 독립시켜 현대에 부응하는 종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